19대 국회 출범과 함께 크고 작은 모임들이 결성되고 있다.
국회가 개원도 못한 채 파행을 빚고 있는 것과는 다소 동떨어진 모습이다. 특히 여야 초선의원들 사이에서 ‘경제민주화’ 등 시대적 화두를 필두로 정책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모임들이 탄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각 의원들은 모임 결성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갖출 경우 국회 차원에서 연구비 등의 명목으로 일정 부분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의원 개인당 모임 참여는 3개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결성 취지와 별개로 친목 성격도 강해서인데, 과거 사례로 봤을 때 이런 모임들은 향후 계파로 굳어지거나 세력화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회가 개원하면 이들 모임 활동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이 본래 취지를 살려 과거와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단은 초선 비례대표 의원 25명이 뜻을 모았다. 이들은 지난 4일 ‘약속지킴이 25인’(약지25) 모임을 발족하고 첫 모임을 가졌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내건 공약을 실천하고 민생정치를 펴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일자리, 고용 등의 경제 현안을 비롯해 통일, 외교, 안보, 교육, 문화 등 다양한 현안들에 대해 논의하는 한편, 장애인, 보육, 청년실업 문제의 현장을 직접 찾는 현장밀착형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이들은 출범 후 첫 현장방문으로 오는 22일 서울 노원구 서울시립 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을 찾아 ‘약지들의 즐거운 사랑의 김밥나눔’ 봉사활동을 펼친다.
‘약지 25’는 강은희 의원이 간사를 맡았으며, 첫 비례대표 타이틀을 단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참여한다.
또한 직능대표로서의 전문성을 강조, 민병주(과학기술)·김정록(장애인)·윤명희(농업)·조명철(통일)·강은희(IT·벤처)·주영순(기업)·신의진(의료)·이상일(언론)·이에리사(체육)·이만우(경제)·안종범(경제)·김현숙(경제)·김장실(문화예술)·이자스민(다문화)·최봉홍(노동)·류지영(보육·유아)·송영근(국방)·민현주(여성)·박창식(방송·문화)·손인춘(중소기업)·김상민(청년)·현영희(교육)·이재영(외교)·신경림(보건·의료) 의원 등이 자신의 전문 분야를 살려 모임 취지를 살려나가겠다는 계획이다.
◇ 개혁성향 재선 이상 4인 ‘진보 우파’ = 그런가 하면 재선 이상인 남경필(5선)·정병국(4선)·정두언(3선)·김태호(재선) 의원은 지난달 23일 ‘진보 우파’ 모임을 결성했다. 소장파, 쇄신파 등으로 명명됐던 이들이 ‘연말 대선 승리를 위한 외연확장’이란 깃발을 세우고 모인 셈이다.
개혁 성향에 비박(非朴)계라는 공통점을 지닌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박근혜 전 위원장만 바라보고 한 줄로 서 있는 듯한 지금 모습으로는 당의 미래는 물론, 12월 대선 승리도 기대할 수 없다”고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당이 보다 나은 방향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기적으로 모여 공부하고 실천하는 모임을 만들자고 합의했다”고 모임 결성의 취지를 전했다.
특히 정두언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잘못 쓰는 대표적인 말이 ‘진보’ ‘보수’”라며 “사실은 좌우(左右)가 맞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파는 진보우파, 보수우파, 수구우파가 있고, 좌파 역시 마찬가지”라면서 “지금의 통합진보당은 수구좌파라 할 수 있고, 새누리당은 수구우파가 다수로 보인다. (이에 비해) 4인은 진보우파를 지향하는 모임, 즉 새누리진보파”라고 규정했다. 다만 이들은 아직 모임의 이름을 확정짓진 않았으며 향후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을 더 모으겠다는 방침이다.
당 안팎에는 이 모임에 의구심을 갖는 시각도 있다. 비주류지만 정치적 중량감을 무시할 수 없는 이들이 박 전 위원장에 대응키 위해 세 결집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태호 의원이 이번 대선 경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또한 12월 대선 이후를 겨냥한 세력화 작업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처음 모임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정병국 의원은 “특정인에 반대한다거나, 특정 후보를 밀어주자고 시작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들은 또한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의원 등 비박 대선주자들과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모임은 남경필 의원이 주도하고 재선의 김세연 의원이 간사를 맡았으며, 정두언·황영철·홍일표 의원, 구상찬·권영진·임해규 전 의원 등이 함께 한다. 주축은 원내외 쇄신파들이지만, 나성린·강석훈·안종범 의원 등 중도보수 성향 경제통도 참여한다.
모임 대표인 남 의원은 “새누리당에서 ‘경제민주화를 하자, 하지 말자’ 논쟁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 계획까지 논의하는 것은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새 정강·정책에 삽입된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해 재벌개혁 방안을 비롯해 비정규직 문제, 노사관계, 세제개혁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해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매주 경제민주화 실천과제를 찾아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첫 모임은 지난 5일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에서 이뤄졌으며, 대기업 규제 방안이 도마에 올랐다. 이혜훈 최고위원, 이종훈 의원의 강연도 곁들여졌다.
경제통인 이 최고위원은 이 자리에서 “경제민주화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가 작동되지 못하게 하는 재벌의 문제점을 고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면서 강력한 재벌 개혁을 주장했다. 그는 △재벌의 신규 순환출자 금지 및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확대 △금산분리 강화 등에 목소리를 높였다.
12일 두 번째 모임에서는 경제민주화 개념을 당 정강정책에 도입하는 데 앞장선 김종인 전 비대위원을 초청해 특강을 듣고 논의를 이어간다.
◇ 18대 주름잡던 모임들은 역사 속으로 = 한편 지난 18대에서 당을 주름잡던 모임들은 하나둘 사라졌다. 대표적인 것이 친이(이명박계) 주류 모임이었던 ‘함께 내일로’다. ‘내일로’는 지난해 4·27 재보선 패배 이후 친이계가 당 주류에서 밀려나면서 쇠락의 길을 걷다 연말 해체됐다. 한때 회원수 70여명에 이른 당내 최대 조직이었으며, 초대 대표인 심재철 최고위원과 이윤성·안상수·안경률·진수희·차명진·최병국·고흥길 전 의원 등이 참여했었다.
이와 함께 친박계 의원들이 주축이 됐던 여의포럼, 선진사회연구포럼 등도 지난 연말 ‘박근혜 비대위’ 출범 이후 자진 해산했다. 쇄신파 모임이었던 ‘민본21’ 역시 지난 연말 주멤버였던 김성식·정태근 전 의원의 탈퇴 및 탈당 등을 겪으며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았다.
19대 국회 새 모임들의 향후 운명이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