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인사이드]국회 해태상 밑에 와인·로봇 태권V 있다? 없다?

입력 2012-06-1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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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국회의사당의 숨겨진 이야기들

땅 속의 와인, 지하벙커, 암수 한 쌍의 해태상 등 국회 곳곳엔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수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다.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1번지의 국회의사당은 건물면적 8만1452㎡에 지하 2층, 지상 8층 규모로 의사당 건물로는 동양 최대의 크기와 면적을 자랑한다. 그 거대한 규모 만큼이나 기둥 하나에도 설계단계에서 부터 숨겨진 의미를 담고 있다.

늘 딱딱할 것만 같은 국회에 미용실과 헬스장, 목욕탕이 갖춰져 있기도 하고 문화휴식 공간으로 지어진 한옥과 동산이 방문객들의 발길을 사로 잡는다. 잣나무 숲 사이로 작은 산책길이 조성돼 있고, 야외 예식장으로도 활용되는 잔디밭에는 미술 조각작품이 전시돼 있다. 국회 안에 숨겨져 있는 수많은 뒷이야기를 들어본다.

◇해태제과, 노블와인 백포도주 72병 묻어 = 국회엔 해태상과 관련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현재의 해태상은 해태제과가 1975년 준공을 앞두고 3000만원을 들여 조각해 국회에 기증한 것이다. 이 때 해태제과 측이 해태상 아래 깊이 10m에 상당량의 포도주를 묻었다. 국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면서 100년 후인 2075년에 개봉하기로 했다.

당시 해태제과 측은 자사 생산제품인 노블와인 백포도주를 해태상 아래에 36병씩 72병을 묻어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태상 자리에 땅을 판 뒤 그 안을 석회로 둘러싸고 특제 항아리를 넣어 백포도주를 한 병 한 병씩 석회로 감싸 항아리 안에 넣고 봉했다는 것이다.

지난 2004년 당시엔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구체화되면서 해태상 밑에 묻어둔 와인도 고스란히 파헤쳐질 처지에 놓이게 돼 다시 화제가 된 일도 있었다.

◇의회민주주의 기원 해태상 암수 한쌍 설치 = 국회 정문을 들어서면 좌우를 지키고 있는 해태 두 마리를 마주하게 된다.

국회의 해태상은 광화문의 그것과 비슷한 듯 하지만 다르다. 광화문의 해태는 앉아 있고 국회의 해태는 서있다. 또다른 특징은 광화문의 해태는 암수 구분이 없는 한 쌍이지만 국회의 해태는 암수 한 쌍이다. 배 아랫부분을 눈여겨보면 알 수 있다. 국회의 정문과 후문에 2쌍씩 4마리의 해치상을 건립해 놓았다. 이는 광화문 앞 해태상보다 1.5배 가량 큰 규모다.

‘시비곡직을 가릴 줄 아는 영수(똑똑한 짐승)’로 알려진 해태가 의회 민주정치의 상징이 되길 바라는 취지로 해태제과 측이 기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태는 화기(火氣)를 쫓는 호신상이라고도 한다. 해태상은 전설의 동물로 불 즉, 분쟁이나 화재를 물리치는 신수(神獸)로 통한다. 의사당 터에도 불의 기운을 누르기 위해 해태상이 세워졌다는 얘기도 있다.

국회 광장에 세워진 해태상은 정치권에 당리당략을 떠나 ‘정의로운 마음으로 나라를 지키고, 어진 자세로 의정에 임해달라’는 교훈을 상기시키는 상징물인 셈이다.

◇국회의사당 기둥 24개, 1년 24절기 의미 = 국회의사당에는 앞쪽과 뒤쪽 각 8개와 양 옆 4개씩 모두 24개의 기둥이 있다. 이는 국회의사당의 국회의원들이 1년 24절기 내내 항상 전국 8도의 국민들을 생각하라는 뜻을 담은 거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기둥의 비율과 외형은 경복궁의 경회루 석주(石柱)를 본뜬 것으로 24개는 곧 24절기를 의미하고, 우리나라 전국을 상징하는 전국 8도(道)에 맞춰 전면에 기둥 8개를 배치하도록 설계됐다. 또 다양한 의견들이 찬반 토론을 거쳐 하나의 결론으로 도출된다는 ‘의회민주주의’의 본질을 나타내주고 있다.

24개의 기둥 위에 얹힌 원형 돔 지붕은 각기 다른 의견들이 대화와 토론을 통해 원과 같이 하나의 결론으로 통합된다는 의회정치의 본질을 상징한다. 의사당 주변으로 심겨진 벽오동, 스트로브 잣나무, 벚나무 등 100여종, 12만여 그루의 나무들도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돔 안에 태권V가 숨어있다는 우스갯소리도 = ‘국회의사당 돔이 열리면 로봇 태권브이(또는 마징가Z)가 등장한다’는 황당한 얘기도 있다.

국회의사당 둥근 돔 형태의 지붕이 가진 외형적 특징 뿐만 아니라 처마 역할을 하는 수평의 파라펫(평판 석조물)과 이를 지탱하며 줄지어 서있는 기둥의 크기가 로봇을 숨길 수 있을 정도로 막대한 크기이기 때문에 나온 농담이기도 하다.

시사 만화가들은‘방탄국회’때마다 여야가 국회위기임을 인식하고 모처럼 여야 합의 아래 돔안의 태권브이를 출동시켜 칼을 든 검찰을 향해 맞서는 장면을 그려내 풍자하기도 한다.

◇은밀한 그들만의 세계 '지하통로' = 국회에 숨겨진 또 다른 비밀 장소는 지하통로다.

국회 경내엔 본회의가 열리는 본청 의사당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도서관, 왼쪽에 의원회관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 세 건물은 T자형의 지하 보도로 연결돼 있다. 지상으로 올라가 걸을 때보다 시간도 단축되고 특히 비가 오는 등 날씨가 궂을 때 인기가 좋다. 정치인들이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피해 급하게 자신의 방이 있는 의원회관으로 이동할 때에도 이 통로가 애용된다.

통로는 어둡고 축축하고 답답한 느낌이 단점이나 통로엔 사진이나 미술 작품이 걸려 있다. 그러나 지하통로를 이용해 일반인들이 국회 건물에 진입하는 건 금지다. 지하통로 이용시간은 오전 6시~오후 8시로 제한돼 있고, 본청에서 회의가 진행 중일 때는 열려 있지만 산회 2시간 뒤엔 폐쇄된다.

◇金배지 알고보니 도금한 2만원대 배지 = 현재 의원들에게 지급되는 배지는 은(銀)에다 금을 도금한 배지다. 은에 금도금한 이 배지의 1개당 액면가는 2만 원대에 불과하다. 국회의원의 왼쪽 가슴에 부착돼 막강한 권력을 상징하고 있지만 금배지의 실제 가격은 예상밖으로 싸다.

금배지를 순금이 아닌 은으로 만들기 시작한 것은 전두환 정권 때인 1981년 11대 국회 때부터였다. 금배지가 금이 아니라는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과거에는 금배지가 절도범들의 주요 타깃이 됐다는 웃지 못할 일화도 있다.

지금까지 금배지 디자인은 9차례 변경됐다. 금배지는 지름 1.6cm 원판 안에 새겨진 무궁화 모양인데 가운데에는 양각으로 한자 '國(국)'이 새겨져 있다. 뒷면에는 등록 순서대로 고유 번호가 새겨져 있다. 바탕색은 자주색이고 무궁화 꽃모양은 금색, 꽃 안의 글자 배경은 흰색이다.

금배지의 형태와 규격만 법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패용 방법까지 법에 나와 있다. ‘국회기 및 국회배지 등에 관한 규칙’ 제9조는 “국회배지는 좌측 옷깃에 패용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렇게 엄격한 기준 탓에 국회 사무처는 금배지의 제작과정과 완성본의 정확한 규격을 사전에 점검하고 있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D산업이라는 배지 전문제작 업체가 지난 10대 국회부터 20년 넘게 국회의원의 금배지를 전문 제작해왔다. 18대 국회를 기준으로 금배지의 가격은 나사형이 1만9500원, 옷핀형은 2만5000원이다.

이밖에 국회에는 의원 전용 주차장과 이발소·미장원·헬스장·목욕탕도 갖춰져 있다. 국회 본청과 의원회관 중앙 출입구는 의원 전용으로 국회의원만 출입할 수 있다. 17대 국회 개원 초인 2004년 없어진 국회의원 전용 승강기도 2010년 부활했다. 국정감사 기간 10분 이상 승강기를 기다려야 하는 의원들이 많다는 게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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