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기업들이 방어태세에 돌입했다.
브리지스톤 소니 리코 히타치 등 일본 주요 기업들은 유럽 재정위기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서둘러 방어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타이어 제조업체 브리지스톤은 유럽 현지 공장에서 감산에 돌입했다.
브리지스톤은 지난 1분기(1~3월) 유럽 판매가 미국발 금융위기 발발 직후 수준으로 둔화하자 즉각 20% 감산에 들어갔다.
브리지스톤은 일부 제품 가격 인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킨공업은 유럽 지역 통괄회사와 판매회사에서 중복된 부문을 통합하는 등 비용절감책에 착수했다.
다이킨은 유럽 사태 추이에 따라 3단계 지침을 마련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히타치제작소는 유럽에서 화력발전시스템이 향후 정체될 것으로 보고 현지 사업의 실적 전망을 하향 수정했다.
기존에는 매출을 2015년까지 1조1000억엔을 달성한다는 계획이었으나 9500억엔으로 15% 낮춰잡았다.
일본 기업들의 이같은 행보는 미국발 금융위기 때처럼 무방비 상태로 유럽 사태에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다고 신문은 해석했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로존(유로 사용 17국)의 재정위기는 현재 스페인 이탈리아 등으로 번진 상태.
유로존의 재정위기로 인해 세계적인 경기 둔화 움직임이 선명해지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올해 유로·엔 환율을 105엔으로 예상, 최근 100엔 이하로 떨어진 상황에서도 민첩하게 대응했다.
사무기기업체 리코의 경우 유로 약세에 따른 매출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스웨덴이나 벨기에에서 유로 기준으로 원자재 조달을 시작했다.
소니도 유럽 현지에서 TV 조립 위탁을 확대해 환율 리스크 부담을 억제하고 있다.
일본 대기업의 유럽 사업 비중은 전체의 20%를 차지한다.
건설장비업체 고마쓰의 노지 구니오 사장은 “세계 경제 예측은 무리”라며 “중요한 것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힘”이라고 말했다.
일본 기업들은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충격을 반면교사로 삼아 최근 수년 간 환경 변화에 대한 체질을 강화한 것이 대책 마련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