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는 매각 중]워크아웃·법정관리 건설사 "새 주인 찾습니다"

입력 2012-06-1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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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능력 14위 쌍용 M&A 최대어…신성·남광토건·동양건설도 시장에

▲부동산 경기 장기불황으로 건설사 경영여건이 한계에 이르면서 M&A매물 시장에 나오는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 건설사들이 크게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위치한 쌍용건설 본사 전경.
요즘 M&A(인수합병)시장에는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 중인 중견건설사들의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선뜻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매각작업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 매각작업 열 올리는 채권단 = M&A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쌍용건설은 시공능력평가 순위 14위로 지난해 매출 1조7000여억원 규모의 회사다. 해외도급공사 비중이 전체 매출액의 40%에 달해 국내 건설경기 침체 여파를 덜 받는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또 토목공사와 건축공사도 각각 30% 정도로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있다. 독일계 M+W그룹은 올해 2월부터 3차례 진행된 쌍용건설 입찰에 모두 참여할 만큼 쌍용건설 인수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고, M+W와 함께 입찰적격심사를 통과한 사모펀드(PEF) 소시어스도 입찰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지난 4월 한 차례 유찰된 성원건설도 재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성원건설은 최근 매각 관할기관인 수원지방법원으로부터 M&A 추진 허가를 받았다. 성원건설은 지난달 29일 1차 입찰 당시 2곳 건설관련업체의 인수제안서를 받았다가 인수희망가 차이로 유찰을 겪었다. 이에 2차 매각에서는 보유 부동산 토지 처분 등을 통해 인수가격 부담을 낮출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상떼빌’이라는 브랜드로 친숙한 성원건설은 지난 1977년 태우종합개발로 시작해 지난 2009년 시공평가순위 58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무리한 해외사업 확장과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지난해 시공순위는 100위에 머물렀다.

신성건설도 새 주인 찾기에 돌입했다. 매각주관사 언스트앤영은 지난달 29일 매각 공고를 냈다. 지난 2008년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이후 세 번째 시도다. 신성건설은 주택브랜드 ‘미소지움’을 내세워 한때 도급순위 순위 41위까지 올랐던 중견건설사다. 매각예상가격은 300억원대로 추정된다. 보유자산 매각은 M&A와 동시에 별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신성건설이 보유한 자산은 경기도 여주의 토지와 대한주택보증, 유로넥스트 등의 지분이다. 신성건설과 보유자산의 인수의향서(LOI) 접수 마감일은 다음달 14일이다. 인수희망사는 LOI를 제출한 뒤 7월4일까지 예비실사를 진행하게 되고, 같은 달 5일 본입찰을 통해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남광토건도 본격적으로 M&A를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인수합병 주관사로 삼정회계법인과 계약을 체결하고 매각 공고와 동시에 인수의향서를 접수했다. 이와 함께 남광토건은 PF 해소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남광토건 최대 PF인 김포프로젝트의 경우 PF대주단이 시공사를 교체할 경우 남광토건 채권단과 협의를 통해 7400억원의 지급보증 채무가 전액 해소된다. 또 PF대주단이 사업권을 매각하면 20.41% 범위 내에서만 상환의무가 발생해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모기업인 프라임개발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동아건설도 조만간 M&A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프라임개발은 농협중앙회 등 채권단과 경영 정상화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당시 보유 자산 매각 기한을 2012년 6월 말로 약속했다. 이에 프라임개발의 주채권은행인 농협 측은 동아건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협의해 매각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관리 중인 동양건설도 M&A 추진을 놓고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동양건설은 시공능력평가순위 36위의 중견건설사로 지난해 4월 만기가 도래한 서울 내곡동 헌인마을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갚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후 지난해 7월부터 법정관리를 받고 있으며, 지난 2월에는 회생계획안 인가 결정을 받았다.

◇시장 악화로 매각 가능성‘희미’ = 그러나 이들의 새주인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M&A에 관심 있는 대기업을 찾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다.

실제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가운데 96%는 1년 내 M&A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굵직굵직한 M&A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데다 최근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고조되는 등 대외 변수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에 주력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0일 글로벌 회계·컨설팅기업인 언스트앤영이 한국의 51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6%가 12개월 내 M&A를 추진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M&A 계획이 있다는 응답은 4%에 불과했다. 이는 언스트앤영이 지난해 10월 같은 형식으로 조사할 당시 50%가 긍정적인 대답을 했던 것과 상반된 반응이다.

여기에 건설 경기 장기 불황의 영향 등으로 건설사 인수를 희망하는 대기업은 더더욱 찾아보기 어렵다. 앞서 외형확장을 위해 건설사를 인수한 기업들이 너도나도 곤경에 처한 마당에, M&A시장에서 ‘찬밥’ 취급을 받고 있는 건설사를 굳이 떠안을 이유가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채권단들이 채권회수를 마무리 짓는 과정에서 우량한 PF사업장과 보유자산을 매각한 후 내놓은 ‘빈 껍데기’ 매물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많은 기업들이 건설업에 매력을 느껴 M&A에 뛰어들었지만 대부분 결과가 좋지 못했다”며 “냉정한 잣대로 봤을 때 자산이나 브랜드가치를 인정 받는 1~2곳 빼고는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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