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돈 넘치고, 가계 돈 마르고…'돈맥경화' 심각

입력 2012-06-1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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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법인 올 1분기 73조2000억원 흡수…43조만 기업·가계 공급

은행 등 금융기관이 대출을 줄이면서 가계와 기업을 포함한 상반기 우리경제의 ‘돈맥경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인위적인 대출규제가 금융시장의 자금순환까지 막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은행을 비롯한 금융법인이 기업과 가계 및 비영리단체, 정부로부터 흡수한 자금은 73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분기에 비해 12조2000억원이 확대된 수치다.

반면 금융권이 기업과 가계 등에 공급한 자금은 전분기보다 2조원 늘어난 43조8000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흡수한 자금과 시장에 풀어놓은 자금 차가 30조원 가까이 차이나면서 금융권에 고스란히 묶여있는 셈이다.

이같은 차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국제자금의 흐름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금융권의 자금공급과 조달금액은 대체로 동일한 추세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1분기 금융권의 자금공급과 자금조달의 차는 10조9000억원. 이어 2분기 5조9000억원, 3분기 9조5000억원에 달하는 등 꾸준히 10조원 안밖의 차를 유지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자금공급과 조달의 차는 20조원 가까이 벌어졌고 이후 확대폭을 키워 '돈맥경화'의 골을 깊게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1분기 금융권에 30조원 가까운 자금이 묶인 원인은 지난해 중반부터 강화된 은행, 저축은행, 카드, 사금융에 이르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에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가계 등에 대한 금융권 대출 등의 자금공급은 2조5000억원으로 전분기 29조4000억원보다 27조원 가까이 축소돼 1분기 자금경색을 주도했다. 인위적인 금융시장 조정이 자금시장의 자연스런 순환마저 경색케 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가계와 비영리단체가 예금과 보험, 연금 등으로 금융권의 맡겨둔 운용자금에 대출과 같은 조달자금을 뺀 잉여자금 32억7000만원이 기업 등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1분기 기업들은 조달자금(53조6000억원) 중 대부분인 30조7000억원을 금융권이 아닌 주식이나 회사채 발행 등으로 충당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금융권의 묶인 자금으로 인해 자금부족 규모가 20조8000억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거시경제 또한 심각한 괴리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중 광의의 통화(M2)는 전달보다 15조4000억원 증가한 1339조4000억원으로 집계돼 지난 1999년 6월(16.1%) 이후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전년동기대비 M2 증가율은 1월 4.8%, 2월 5.3%. 3월 5.7%을 기록, 1분기 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반면 예금은행의 예금회전율은 지난해 12월 4.5%를 기점으로 1월 4.2%, 2월 4.1%, 3월 4.1%를 기록하며 현저히 낮아지고 있다. 이는 시중에 풀리는 통화량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들 통화가 금융권 한 곳으로만 고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유동자금은 증가하하면서도 기업과 가계의 심각한 자금경색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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