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약 재분류 놓고 이견 팽팽…찬반 논란 가열

입력 2012-06-17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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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의·약계, 시민단체 참여 첫 공청회 열려

사후피임약의 약국 판매를 둘러싼 각계의 논쟁이 쉽게 사그라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의약계 뿐만 아니라 종교계, 시민단체까지 가세해 찬반 공방을 벌였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재확인해 내년 시행까지는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화재보험협회 강당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청 주최로 ‘피임제 재분류안에 관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사회적인 관심을 반영하듯 참석자들의 뜨거운 설전이 오갔다.

앞서 식약청은 지난 7일 현재 의사 처방이 필요한 사후피임약을 약국 판매가 가능한 일반약으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사전피임약을 처방이 필요한 전문약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의약품 재분류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의약계와 시민단체는 각자의 입장을 내세워 이같은 정부 발표에 거세게 반발해왔다.

이날 약업계는 사후피임약과 일반피임약 모두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김대업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사전피임약을 전문약으로 전환할 경우 경제적 비용 부담이 불가피함은 물론, 특히 미혼여성의 경우 사후피임약 처방기록이 남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크다"며 "여성들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다는 점에서 피임약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의료계는 사전·사후피임약 모두 의사처방이 필요한 전문약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의견이 엇갈렸다. 최안나 대한산부인과학회 정책위원회 위원은 "산부인과에 찾아오는 여성 2명중 1명은 불안감때문에 사후피임약을 처방해달라 요구한다"며 "피임약에 대해 가장 전문가는 산부인과 의사들"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후피임약은 불가피한 응급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정부가 사후피임약을 긴급피임약이라고 용어를 바꾼 것은 약국 판매를 정당화하기 위한 정부의 꼼수"라고 꼬집었다.

사전피임약을 처방받아야만 살 수 있게 되면 환자 부담을 높여 피임실천율이 오히려 낮아질 것이라며 사후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을 반대하는 주장을 펼쳤다. 특히 원치 않은 임신을 막기 위해 청소년, 저소득층, 미혼여성 등의 피임약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인숙 여성민우회 대표는 "식약청의 입장이나 의약사간의 논쟁은 단순히 부작용만으로 피임약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여성들의 건강상의 위협이나 편의성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며 "피임약은 누구나 안전하게, 동시에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본부장도 "저소득층, 청소년 등 피임에 접근하기 어려운 여성을 위해 최소한의 장치로 경구용피임제가 기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오남용을 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후피임약을 약국에서 쉽게 살수있게 되면 사후피임약을 남용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홍석영 한국생명윤리학회 윤리위원장은 “사후피임약이 일반약으로 되면 남성들이 피임과 성관계 이후의 책임을 여성에게 미룰 개연성인 높아진다"고 말했다.

김현철 낙태반대운동연합회장은 "피임을 사전에 항상 해야 하지만 피임약 한알로 간편하게 해결하는 사후 피임방법도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오남용과 불법 낙태가 조장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식약청은 이번 공청회 토론 의견을 수렴해 다음 달 말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의약품 재분류안을 최종 결정한 후 내년부터 본격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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