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생명과 인수합병이 무산된 동양생명이 M&A시장에서 찬밥신세로 전락한 모습이다. 입찰에 참여했던 기업들이 보고펀드에서 제시한 높은 가격에 일제히 백기를 들며 인수전에서 손을 뗐기 때문이다.
현재 ING생명 인수전에는 국내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외국계 보험사까지 뛰어든 반면 대한생명, 푸르덴셜, 메트라이프 등 국내외 10여 개사의 ‘러브콜’을 받았던 동양생명은 파장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5일 동양생명보험은 최대주주 지분매각 추진 보도에 대한 조회 공시 요구에 대해 “최대주주는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이나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날 동양증권에서도 그동안 추진했던 동양생명의 주식매입권리(콜옵션) 포기 및 보유지분 매각이 중단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같이 동양생명이 M&A시장에서 찬밥신세로 전락한 이유는 본입찰에 참여했던 대한생명이 매각가격에 대한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동양생명 인수전에서 발을 빼냈기 때문이다. 동시에 대한생명은 시장에서 더 매력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ING생명으로 눈을 돌렸다. 푸르덴셜파이낸셜그룹 또한 같은 이유로 동양생명 본입찰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
대한생명 측은 “동양생명의 최대주주 보고펀드가 너무 높은 가격을 제시해 놓고 협상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했다”며 “회사 측에서는 이미 동양생명 인수합병에 대한 의지가 사그라든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동양생명 매각이 올해 안으로 추진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더불어 높게 제시한 매각가격도 대폭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보고펀드가 동양생명에 대해 너무 큰 욕심을 부리고 있다”면서 “동양생명은 생보 상장사 가운데 지난해 유일하게 실적이 크게 감소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현 주가대비 두배 이상이나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어떤 기업에서 관심을 갖겠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금상황에서는 동양생명을 급하게 팔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내부조직과 실적부터 추스른 뒤 다시 재매각에 나서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고 말했다.
동양생명 측도 당초 예상보다 매각작업이 장기화되면서 조직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는 카드를 꺼내든 모습이다.
동양생명은 오는 20일 주주총회를 통해 구한서 신임 사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이는 박중진 부회장이 지난해 연임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대표이사 내정이라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동양생명이 생명보험업 경영에 정통하고 재무전문가로 꼽히는 구한서 사장을 전격 발탁한 것은 매각 장기전에 대비하기 위한 수순으로 해석된다”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