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가 뭡니까?]왜곡된 경제민주화 논쟁 성장 추진력 상실 불보듯

입력 2012-06-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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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위기·실물 경기 추락에도 정치권은 표만 의식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 시즌이라고 대기업에 대해 쉽게 이야기해서는 안된다”며 “대기업을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예우해야지 정치적 이유로 폄하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쏟아지고 있는 ‘경제민주화’ 관련 논쟁이 감정적으로 치우치는 현 상황에 대한 실물경제 장관의 우려 섞인 목소리다.

홍 장관은 “대기업들도 분명히 문제가 있지만 어찌됐든 국가경제를 일으켜 세운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성과공유제 확대처럼 자발적으로 중소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홍 장관의 이번 발언은 그동안 정부 정책에 반발하고 있는 재계 달래기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무역 1조 달러 돌파 이후 올해 유지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을 정도로 실물경제 위기에 직면한 해당 부처 수장의 고민이 묻어나는 대목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11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지식경제부-대기업 성과공유 자율추진 협약식에서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허창수 전경련 회장,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소모적 경제민주화 논쟁,국가경쟁력 약화 우려 = 총선을 앞둔 지난 1월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 실현을 정강정책에 포함시켰다. 대기업의 과도한 탐욕이 시장질서를 무너뜨리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사업영역까지 박탈했다면서 거대한 경제세력으로 부터 시장과 중소기업, 소비자를 보호하는 공정경쟁 경제를 실현한다는 관점에서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도 출자총액제 부활, 순환출자 금지, 일감 몰아주기 근절 등을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방안으로 제시했다. 여야 간 각론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대기업 이른바 재벌문제로 압축됐다. 이같은 경제민주화 논쟁은 현재 재벌개혁이슈로 번지며 출자총액제 등 현재 각론에서 치열하게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경제민주화’ 논쟁은 전혀 생산적이지 않을 뿐더러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비판한다.

먼저 유로존 위기 등 대외여건악화와 국내 실물경기의 추락이 계속되는 데도 정치권에서는 표를 의식한 ‘경제민주화’에만 올인하는 분위기다. 연말 대선 이벤트를 앞두고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생산과 투자,경제위기 타개는 정부에 전담시킨 채 언제 끝날지 모를 논쟁에 집착하는 동안 경제성장의 동력은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3·4·5월 실물경제 추락세는 완연했다. 소비와 투자, 수출 등 핵심 경제지표가 모두 내리막길을 걸었고, 유로존 사태는 그리스 총선을 통해 한 고비 넘겼다는 평가지만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한 민간경제연구소의 관계자는 “경제민주화를 위한 여러 논쟁은 향후 한국경제의 활력을 도모한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무조건적인 대기업 배싱(bashing)이나 현재의 경제상황을 외면하고 표를 의식한 감정분출은 오히려 부작용이 클 수 있다”며 “정치권이 경제에 대한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한다면 효율성 저하와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경제민주화, 한국경제 해법찾는 논의 시발점돼야 = 이쯤에서 경제민주화 논쟁이 소모적인 감정 분출로 그치지 않으려면 시각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의 구조적·역사적 시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우리 경제가 1970년대 중화학공업 정책이 시발점이 돼 대기업 중심의 성장으로 진행됐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국민들의 직간접적인 지원, 수출위주의 성장 정책 등 경제의 중심이 대기업 중심으로 쏠리면서 부작용이 노출된 것도 사실이다.

대기업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때는 도약을 위해 질적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면 당연히 경제의 질적 변화가 뒤따라온다. 대기업의 골목 상권 침해는 시장 논리로는 문제가 없지만 핵심 사업에서는 거리가 있다. 반도체나 휴대폰, 자동차, 휘발유를 파는 회사가 오너 일가의 이익을 위해 빵과 커피를 파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래시장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강제 휴일을 만들고 영업을 못하게 하는 건 부작용이 크다. 당장 하위계층의 일자리가 줄어들어 고용이 위축되고 있다. 매출 축소는 일부 협력업체들에게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적합업종의 무리한 적용도 그렇다. 중소기업으로 시작한 업체가 규모가 커지면서 이윤을 많이 남긴다고 규제를 들이밀면 중소기업의 미래는 사라질 수 있다. 경쟁의 효율성 측면에서 정부의 보호 아래 성장하는 건 한계가 있다. 중소기업으로 출발한 풀무원이 대표적인 예로 포장두부라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소비자들에게 각광을 받으면서 성장해왔지만 중기적합업종 1차 규제대상으로 낙인찍혔다.

업계 관계자는 “양극화 해소와 중소기업 살리기 등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라면 시장의 효율성을 저하시키지 않는 방법을 모색해야지 무조건적인 규제는 생산과 투자를 위축시켜 결국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민주화의 각론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인 ‘출자총액제’ 문제도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재벌의 지배권 승계와 경제력 집중은 재벌 계열사 간 또는 게열사와 총수 일가 간의 출자와 내부 거래 등 문어발식 사업영역 확장이 주된 문제기 때문에 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게 한 쪽 시각이다. 하지만 대기업집단의 이러한 소유지배구조가 계획된 것이라기 보다는 변화되는 경영환경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에서 생겨난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마치 기업의 범법행위의 온상으로 출총제가 언급되는 건 지나친 비약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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