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220만명의 당원명부 유출사건이 비박(非박근혜)계 대권주자들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비박 주자 측은 사건이 터진 시점이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수장으로 있었던 때라는 점을 이용, 맹공을 퍼붓는 한편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다시 압박하고 나섰다.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의원 측은 올 초 유출된 당원명부가 4·11 총선 공천에서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관리소홀 문제를 들어 박 전 위원장에게 대국민 사과까지 요구했다.
김 지사의 대리인인 신지호 전 의원은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유출된 명부가 총선 공천에 악용됐는지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하고 박 전 위원장은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전 의원은 “이 사건의 여파가 어디까지 퍼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당원을 주요대상으로 한 선거를 치른다는 건 근본적인 문제를 지닌다”면서 “오픈프라이머리를 안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전 대표 측 안효대 전 의원과 이 의원 측 캠프 관계자 역시 “신 전 의원의 말에 동의한다”면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오픈프라이머리를 더더욱 도입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비박 주자들에게 다소 유리한 국면으로 흐르고 있음을 지적하면서도 그 여파가 경선 룰 변경에까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비박 측의 호재다. 박 전 위원장을 흔들어 여론전에 유리해질 수 있다”면서도 “당내 역학구도로 봤을 때도 변한 게 없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진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당원명부 유출 진상조사대책팀장인 박민식 의원도 PBC라디오에서 “당원명부 유출로 경선 룰에 훼손이 있다고 하는 건 성급하고 정치적인 비약이다” “당시 총감독이 다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또한 너무 성급하다”라며 비박 측의 주장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유출 명부가 총선에서 경선 당락에 영향을 주었는지 여부는 다음단계 조사에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박근혜)계 핵심 인사는 “관리소홀이라면 자신들은 지난 4년간 누릴 것 다 누리면서 제대로 된 관리체계도 만들지 않고 뭐 했나”라며, 비박 측이 이번 사건을 경선 룰 변경의 지렛대로 삼으려 하는 데 대해서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