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경제 성장, 서방 금융위기로 다시 시험대

입력 2012-06-2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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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中 의존도 과도…잇단 금융위기로 취약성 부각

아시아 국가들이 서방에서 촉발된 금융위기로 또다시 성장력에 시험을 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아시아 국가들은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해있다.

여기다 소비 지출 증가와 대규모 자금 유입 기조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전환되면서 아시아 국가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HSBC의 프레데릭 뉴만 아시아 경제 조사 부문 공동 책임자는 “아시아 경제는 2008년 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내수 취약성과 함께 둔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으나 서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어 조기에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당시의 악몽이 재발하면서 아시아 중앙은행과 정부의 고민이 커진 상태다.

WSJ는 아시아 국가들의 지나친 내수 및 중국 의존도를 고민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WSJ는 아시아의 소비지출 성장은 한국 중국 홍콩 등지에서 특히 둔화하고 있다면서 기본적인 부문에서의 지출조차 심하게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먼 공동책임자은 “강한 신용 성장과 높은 부동산 가격이 내수 붐의 배경이었다”며 “만일 주택이나 다른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내수의 허를 찌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시아 국가들의 또 한가지 고민은 역내로의 외자 유입이 급격히 줄고 있다는 것이다.

노무라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아시아 신흥시장에는 7500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그러나 현재는 상황이 역전했다.

유럽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는 형태로 아시아에서 자금 유출을 가속화하고 있고 투자자들은 아시아 주식 및 채권 시장에서 자금을 빼내가고 있다.

노무라의 로버트 수바라만 이코노미스트는 “만일 투자자들이 패닉 상태에서 아시아에서 자금을 빼내가면 기업활동을 마비시킬 것”이라며 “사람들은 교역 둔화보다 더 큰 손실을 유발할 수 있는 자금 흐름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한다”고 말했다.

외자 유출이 가속화하면서 그 여파도 두드러지고 있다.

WSJ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외환보유고가 5%, 50억달러 줄었다.

외자 유출로 인해 인도네시아 통화인 루피아의 약세가 심화하자 당국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거액을 쏟아부은 영향이다.

역내 중앙은행들의 대응책도 가지각색이다.

중국은 이달 3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한국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에 기존의 금융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국인 인도네시아는 지난 10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중국과 인도의 경기 둔화가 자국 경제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로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2008년 이후 고용시장 악화와 인플레이션 압력 고조에도 불구하고 저금리 기조를 유지했다.

WSJ는 그나마 아시아 국가들의 숨통이 트이려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중국은 현재 미국을 제치고 일본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에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했다.

중국에서 반도체 장비를 만들고 있는 말레이시아 펜타마스터의 추아 춘 빈 회장은 “중국의 경기 둔화로 고용은 물론 사업 확장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현상 유지에 주력할 뜻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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