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증권사 위기 남의 탓 아니다

입력 2012-06-2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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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영 증권부 기자

증권사들이 한 목소리로 '위기'를 외치고 있다. 지난해 증권사들의 경영실적을 살펴보면 단순한 엄살이 아님을 알 수 있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1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국내외 62개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2655억원으로 전년 대비 19.2% 급감했다. 지난 2010회계연도 4.5% 줄어든데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다. 이에 62개 증권사 가운데 무려 10개사가 적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같은 실적 부진이 올해도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심지어 업계에서는 올 2분기 흑자를 낼 증권사는 한 곳도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증권사들은 갈수록 악화되는 경영환경 때문에 어쩔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어느정도는 맞는 말이다. 밖으로는 유로존 재정위기가 안으로는 둔화되는 경제성장이 증권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나 국회도 증권사들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그렇지만 지금의 상황을 '남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증권사들도 어느정도 지금의 위기를 자초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한정된 시장에서 벌이는 출혈경쟁이다. 지나친 경쟁으로 일부 증권사들의 경우 수수료를 챙기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증권사 평균 수수료율은 사상 처음으로 0.1%를 밑돌고 있는 상황이며 최근 증권사들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의 경우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는 곳도 있다. IB(기업금융)부문에서도 출혈경쟁 여파로 수수료가 바닥으로 내려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신규고객을 잡기위해서는 수수료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며 수수료 인하 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갈택이어(竭澤而漁)'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연못의 물을 모두 퍼내 고기를 잡는다는 뜻으로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해 먼 장래를 생각하지 않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경쟁이 결국 공멸을 자초할 수 있다. 말로만 위기를 외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수익원 발굴 등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증권사만 어려운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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