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 3重苦]"실업급여 기준 너무 까다로워요"

입력 2012-06-2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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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액 OECD국가 중 최저 수준…최대 月120만원 가족생활비 미달

#얼마 전 중소업체에 다니던 박모(30)씨는 실업급여를 신청하려고 고용지원센터를 찾았다가 허탈감만 안고 발길을 돌렸다. 회사 상급자와의 잦은 마찰 때문에 사표를 제출했지만 자발적 퇴사라는 이유로 실업급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센터 직원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다.

#황모(24·여)씨는 법대 졸업 후 첫 직장으로 변호사 사무실에 취업했다. 하지만 6개월간 다녔던 사무실은 변호사의 로펌행으로 문을 닫게 됐고 황씨는 실직상태에 놓였다.

황씨는 당장 취업이 힘들었기 때문에 실업급여를 받으며 재취업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그에게 돌아온 센터 직원의 답은 “보험가입기간이 180일이 되지 않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는 말뿐이었다.

직장을 잃은 실업자를 위해 만들어진 실업급여 제도가 까다로운 기준과 월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적은 금액으로 실직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매년 상승하는 물가 인상분도 실업급여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OECD 중 “실업급여 지급액 낮고, 기간 짧아” = 우리나라 실업급여액은 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이다. 실업급여는 직장 재직 때 고용보험비를 6개월 이상 내고 비자발적 퇴사(권고사직, 구조조정 등)할 경우 월 최대 12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4인가족 최저 생계비 150여만원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기 때문에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이 실직하면 가정 경제가 급격히 기울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

지난해 OECD가 발표한 ‘2011 고용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실업수당 소득보전율은 30.4%로 1위인 룩셈부르크 85.1%에 비해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고 이탈리아 46.7%, 폴란드 44.1%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발적 실업에 대해서 아예 수급자격을 인정하지 않아 OECD 국가 중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다른 국가들은 수급자가 일자리 제의를 거부할 수 있는 사유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지만 우리는 최소 4주에 한 번씩 구직활동을 증명해야하고 고용센터의 일자리 제의 거절도 반복되면 실업급여 지급이 중단되는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아울러 OECD 회원국은 실업급여가 생활수준 저하의 완충 역할을 하는 것에 반해 우리의 경우 실업급여 수급기간(32주)이 짧고 연령과 고용보험 가입일 수에 비해 보험을 차등 지급하는 등 제한적인 부분도 있다고 OECD 보고서에서는 지적했다.

◇기간 못채우면 ‘비자발적 퇴사도 지원 못받아’ = 우리나라의 경우 실업에 대한 사회안전망은 특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실직에 대한 사회안전망은 실업급여와 실직자 재취업교육이 거의 전부다.

또 실직자들이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180일의 보험가입 기간을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 직장 생활을 몇 년간 유지했던 근로자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사회 초년생들은 6개월여에 달하는 이 기간을 채우기가 쉽지 않다.

최근 통계청 자료를 보더라도 지난달 취업자 수는 2513만명으로 지난해보다 약 100만명이 늘어났지만, 오히려 20·30대 청년층의 취업률은 지난해에 비해 각각 4.2%, 9.5% 감소해 청년층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최근의 고용형태인 계약직과 청년 인턴제도 등으로는 6개월의 고용보험 필수 가입기간을 채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어서 실업상태에 놓인 청년층의 경우 보험 기간을 채우려고 다시 인턴과 계약직에 취업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실업 급여를 받기 어려워지자 보험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4월, 14명의 직원에게 퇴직금 대신 실업급여를 지급한 사업주가 검찰에 고발되는가 하면 지난 12일에는 서류를 꾸며 실업급여를 타낸 60명이 고용보험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발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부정수급 적발건수는 2010년 2만6000건, 2011년 2만 7000건으로 소폭 증가했다.

또 고용노동부는 지난 11일부터 전국 사업장에 대한 실업급여 부정수급 사례에 대해 일제 단속을 실시하고 실업급여 부정수급 신고자에게는 최고 3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등 단속을 강화하고 있어 적발 사례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부정수급 제보 포상 실적 역시 2009년 360건, 2010년 478건, 2011년 568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실업급여는 재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의 생계를 보호하는 재원이기 때문에 부정수급 단속을 강화한다고 밝혔지만 많은 구직자는 까다로운 실업급여 요건을 갖추지 못해 실직 후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실업급여 지급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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