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도 펼쳐보지 못한 10대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당정이 힘을 모아 범정부적인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최근 밝혔지만 언제, 어떤 뚜렷한 대안을 내놓을지 의문이다.
학교폭력을 보다 현실적으로 예방하고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학교폭력 예방 전문가들은 가족이나 친구 등 주위의 관심도 중요하지만 피해자가 자발적인 신고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피해자 자신을 대변할 사람은 주위에 흔치 않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아동·청소년 학교폭력 실태와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친구가 폭력을 당하고 있으면 ‘모른척한다’라고 답한 학생이 2007년(35%)보다 2010년(62%) 2배 가까이 늘었다.
결국 피해학생은 친구나 주위사람들이 도와주기를 기다리기 보단 자신이 먼저 다가가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학교폭력 피해학생이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자세를 갖추기 위해서는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이는 자신의 피해를 알려 재발을 방지할 수 있고 제2, 제3의 피해자 발생을 막을 수 있다.
물론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이럴 때마다 일선 교사를 비롯해 학생, 학부모들은 그동안 쏟아져 나온 학교폭력 예방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경찰이 개입한 대책이 마련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현재 경찰청을 비롯한 국무총리실, 교육과학기술부, 여성가족부가 합동으로 수사·관리하는 ‘117 학교폭력 신고센터’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117 센터’운영 현황을 보면 도입 초기 피해자 자신보다 가족의 신고가 많았지만 최근들어서는 자발적인 신고(1~5월 평균 59.7%)가 늘고 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교과부 학교폭력대책기획팀의 허영기 사무관은 “자발적 신고는 피해자가 전문상담사를 통해 자신의 피해를 알리고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허 사무관은 “가해 학생이 상습적 폭행에 금품을 갈취했다는 증거가 확실해지면 심한 경우 사법처리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가해자 입장에선 이 제도에 대해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피해자임에도 가벼운 질문·상담만 하다가 끊는 경우가 있어 피해학생의 적극적인 신고자세가 더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즉 신고 건수 증가보다 사후 해결을 위한 피해자의 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경찰청 여성청소년과 김숙진 경정도 “피해자 본인의 신고가 늘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피해자의 의사가 반영되면 사건 처리를 명확히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경정은 또 “이 같은 현상은 사후 처리에 있어서 경찰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경찰이 폭력없는 학교를 위해 나선 만큼 피해학생도 사건을 구체적으로 알리고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관계기관 측에선 강조했다.
이처럼 사후 가·피해자에 대한 조치·지원이 개선되자 한 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학교폭력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월부터 시행해온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추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교사 970명 학부모 803명 등 총 177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교사는 71.6%, 학부모는 80.5%가 ‘학교폭력이 줄었다’고 답했다고 최근 밝혔다.
특히 교사의 74.2%, 학부모의 78.8%는 학교폭력 후 가·피해 학생 조치·지원 개선이 ‘효과적이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