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복잡다단한 구조화 상품들이 활개를 치고 있어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일본 싱가포르 대만 호주 등 아시아 증권사들이 부유층을 상대로 복잡한 금융파생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주식과 정크본드 등에 옵션을 조합해 높은 수익률을 거두는 이른바 트리플-덱커라는 상품이 등장했다.
라쿠텐 투신의 US리츠 트리플-엔진과 다이와투신의 미국 주식 스트레티지 알파 트리플 리턴즈 등이 대표적인 트리플-덱커다.
ITC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의 일본 주식 하이인컴펀드는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트리플-덱커로 사업설명서도 인터넷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트리플-덱커보다 구조가 단순한 것이 더블-덱커다.
더블-덱커는 주로 고령화에 주목한 금융 상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이 고금리 국채에 브라질 헤알과 같은 고수익 통화를 조합한 상품이다.
매월 배당금이 나오기 때문에 연금으로 생활하는 고령 투자자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다.
2008년말 거의 제로(0)였던 더블-덱크 규모는 지난 3월말 시점에서는 1050억달러로 증가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만 이 상품은 선택 통화가 예상 외 변동을 보이거나 채권 발행 주체가 이자를 내지 못하면 투자자가 손실을 입는 구조여서 위험을 수반한다.
일본 금융청은 경험이 부족한 투자자들에게 리스크 높은 상품 구입 시 지도를 강화하고 있지만 한층 더 복잡한 상품이 출현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이외의 국가에서는 하이브리드채권 등 고수익 상품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현금 자동지급기(ATM)를 통해 영구채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영구채는 원금은 상환하지 않고 일정 수준의 쿠폰이자만 영구적으로 지급하는 채권이다. 원금은 물론 이자도 채불되는 사태가 문제다.
카지노를 운영하는 겐팅싱가포르는 지난 4월 은행 ATM기를 통해 3억9000만달러어치의 영구채를 판매했다.
이 상품은 5.125%의 높은 수익률로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웨스트팩은행과 울워스스 등 유명 기업이 후순위채를 판매했다.
후순위채는 수익률은 높지만 회사가 망할 경우 변제 순위가 낮아 큰 손실이 우려된다.
아시아에서 이처럼 복잡한 금융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업계 관계자와 규제 당국자 사이에서는 경계감이 강해지고 있다.
전 은행원이자 금융 시스템의 리스크에 관해 책을 낸 사트야지트 다스는 “이런 금융상품과 그 리스크를 정말로 이해하는 것은 상품을 설계한 사람 뿐”이라며 “판매 담당자에게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아시아에서 구조화 상품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은 역내 투자자들이 세계적인 자금원으로 부상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프랑스 정보제공업체 캡제미니와 로열뱅크오브캐나다가 20일 발표한 보고에서는 적어도 100만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부유층은 2011년 아시아에서는 337만명에 이르러 북미를 웃돌았다.
이들 부유층은 지난 2월 스위스 UBS 후순위채의 60%를 구입했다.
5월에는 홍콩의 재벌 헛치슨왐포아 후순위채의 53%를, 3월에는 독일 RWE의 후순위채 3분의2를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