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기술을 기반으로 세라믹 신소재 개발의 닻을 올렸습니다.”
대한민국 생활자기 70년의 자존심, 행남자기가 제2 도약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되는 경기 침체로 성장률이 정체된 생활자기 시장 상황과 그에 따른 적자를 극복하기 위해 신성장 동력 찾기에 나선 것이다.
업계 1위인 행남자기는 올 초 김유석 대표이사가 취임하면서 파인세라믹스 기술 개발을 선포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한계에 부딪힌 일본 도자기 업체들의 신소재 개발 성공사례를 벤치마킹 한 결과다.
행남자기는 본격적인 파인세라믹스 개발을 위해 도자기 생산 책임 상무이사를 기술연구소 팀장으로 배치하는 등 연구소 위상을 높이며 연구조직을 출범시켰다. 의료용, 바이오 및 반도체 재료 등 무궁무진한 분야에 활용되는 파인세라믹스 기술은 진정 침체된 도자기 시장의 대안이 될 지도 모른다.
◇ 일본에서 답을 찾다 = 노리다케, 니코, 나루미 등은 일본의 유명한 도자기 회사들이다. 일본 업체들 역시 내수시장의 부진과 글로벌 시장의 성장둔화에 직면하자 신소재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에 일본 업체들은 글로벌 생산라인을 줄이고 파인세라믹스 분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파인세라믹스는 고도기술로 개발돼 절연체 ·내열재 ·구조재로 쓸 수 있는, 좀 더 정교한 세라믹스라는 의미다.
노리다케는 고강도의 알루미나 소재를 활용한 산업용 연마 및 절삭도구를 개발, 니코는 세라믹 전자기판, 나루미는 고온과 고냉의 구간을 견디는 내열조리구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 세라믹 부엌칼 유명한 쿄세라는 1969년 28명으로 출발해 세라믹절삭구를 대표 제품으로, 산업재, 디스플레이 코팅제, 반도체부문, 태양광부문까지 파인세라믹스의 전부분을 아우르는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행남자기는 이 같은 일본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 해 검증과정을 거친 후 침체된 시장 상황을 극복하고자 파인세라믹스 개발을 선택한 것이다.
◇ 70년 도자기 기술 활용해 신소재 개발 = 행남자기가 1942년 목포에 둥지를 틀고 생활자기 개발에 집중해 온지 벌써 70년이 됐다.
다행히 경영 방향에 대한 빠른 판단력과 실천력, 끊임없는 노력으로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기 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세라믹에 해당되는 도자기 개발만 수십 년 해 온 행남자기는 이제 기존 기술을 활용한 파인세라믹스로 이유 있는 외도를 꿈꾸고 있다.
행남자기 기술연구소는 현재까지 알려진 파인세라믹스 재료와 제조기술을 토대로 생활자기 제조를 통해 쌓아온 생산 노하우를 접목할 방침이다.
고온용 기계재료, 가스터빈, 디젤엔진 등에 사용되는 고내열성을 가진 정밀 파인세라믹스 부품은 물론 위생적인 고강도 세라믹식칼 등의 소비재 생산기술 연구에도 힘을 싣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의료용, 바이오 및 반도체 재료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이는 파인세라믹스 제조 기술 개발을 차기 연구 과제로 설정해 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세라믹기술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파인세라믹스관련 국내 생산총액은 9조40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행남자기가 집중하고 있는 고내열성, 고강도 산업제 제조 분야는 약 3조6000억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돼 있으며 매년 1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에 행남자기가 시장에 거는 기대도 크다. 회사 관계자는 “고내열성, 고강도 파인세라믹스 분야 개발을 통해 연간 300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과 연구 성과에 따라 기술개발(R&D)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 연구분야 확대 뿐 아니라 매출도 규모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