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경선 룰의 전쟁, 이젠 민주당 차례!

입력 2012-06-26 08:31 수정 2012-06-2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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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대선후보 경선 룰을 둘러싼 새누리당의 비박(非박근혜) 주자들과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 측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박 전 위원장은 비박 주자들의 완전국민참여경선 주장에 대해 들은 척도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비박주자들의 공격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경선 룰을 둘러싼 갈등은 민주통합당 역시 예외가 될 순 없다는 생각이다. 경선 룰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누가 대권후보가 될 수 있는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민주당의 경선 룰은 독보적인 대권 주자가 있는 새누리당에 비해 훨씬 중요한 의미를 가질 뿐 아니라 더욱 첨예한 대립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예측컨대 민주당의 경선 룰을 둘러싼 갈등은 모바일 투표로부터 비롯될 것이다. 애초부터 모바일 투표는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우선 모바일 투표를 할 경우 선거인단 신청을 한 본인이 직접 투표를 하는지 아니면 다른 이의 부탁으로 단순히 모바일 기기를 일시적으로 빌려줘서 대신 투표하게 하는 것인지 알아낼 방법이 없다. ‘슈퍼스타 K’(슈스케)도 모바일 투표 방식의 결과를 일정부분 반영하고 있는데 슈스케의 광팬들은 모바일 투표시 자신들의 부모 형제들의 휴대전화를 모두 이용해 자신이 좋아하는 후보에 투표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다른 경선에서도 이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른바 선거의 4대 원칙 중 직접 선거의 원칙을 위배할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이를 단속하거나 감시할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모바일 투표의 경우 지인들끼리 모여서 토론 후 “집단적”으로 투표하는지 아니면 골방에서 자기만 투표하는지 역시 감독할 방법이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른바 비밀 선거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이를 감독할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이런 이유로 모바일 경선이 이루어질 경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 감독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방식으로 경선이 이뤄지면 충성도 높은 40만명이 200만표로 순식간에 둔갑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바일 경선을 할 경우 충성도 높은 조직을 동원시킬 수 있는 측이 훨씬 유리하다.

지금 현재 이런 조직을 가지고 있는 후보는 가장 충성도가 높은 친노(노무현) 조직의 수장인 문재인 후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손학규 후보나 김두관 경남지사의 경우 조직세가 상대적으로 미미해서 이런 방식의 선거에서는 승기를 잡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친노 측, 예를 들어 문성근 전 최고위원 같은 인물은 벌써부터 모바일로 완전국민경선을 치르자고 주장하고 있다.

손학규 후보는 애초에 친노와 분명한 선긋기를 하고 있지만 김두관 지사는 초반기에 친노 측에 구애의 눈초리를 보낸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자서전을 출판하며 가진 북 콘서트의 경우 사회자부터 참석자의 상당수가 친노 계열의 인사들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분명한 전략적 미스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친노들이 육두품인 김 지사를 성골로 여기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의 온건 합리주의적 성향도 친노들 덕분에 묻혀버리는 꼴이 되고 말았다. 오히려 김두관 지사는 경선 룰을 문제 삼아 처음부터 친노들에게 역공을 가하는 전략을 구사했어야 했다.

김두관 지사 측이나 손학규 후보 측이 모바일 경선을 피하고자 한다면 그 명분도 충분하다. 지금 현재 민주당은 전략적으로 새누리당에게 완전국민경선을 함께 실시하자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경우에는 중앙선관위의 감독이 전제돼야 하고 그렇게 되면 모바일 경선을 더 이상 주장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모바일 경선 문제는 수면 아래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즉 손 후보와 김 지사는 민주당이 새누리당에게 제기한 주장을 충실히 따르자고 주장만 하면 되는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아직도 민주당내 대선 주자들은 경선 룰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별로 없음을 감안 할 때 민주당도 이제는 경선 룰을 가지고 치열한 논쟁을 벌여야 한다. 그래야만 민심을 제대로 반영한 후보가 대권후보가 될 수 있고 그래야만 본선 경쟁력도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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