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업체 소니와 파나소닉이 오랜 숙적 관계를 청산했다.
양사는 25일(현지시간) TV 등에 사용하는 대형 유기 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내년까지 저비용으로 양산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해 한국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따라잡겠다며 의기를 투합한 것이다.
일본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하던 이들 업체가 주력 사업에서 제휴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양사는 각자의 강점을 살려 경쟁력 있는 OLED TV와 대형 디스플레이를 개발할 예정이다.
양사는 ‘인쇄방식’ 기술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인쇄방식은 가정용 프린터 등에 채용되는 ‘잉크젯’과 같은 형식으로 유리기판 위에 빨강이나 녹색의 유기재료막을 고루 도포하는 방식이다.
대규모 장치가 불필요하기 때문에 비용은 기존 LCD 패널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유기재료의 수명을 늘리는 것이 과제로 남아있다.
소니는 지난 2007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11인치짜리 OLED 패널을 내놨지만 반응이 좋지 않아 생산을 중단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연내에 55인치짜리 대형 OLED 패널을 출시하기로 하면서 소니와 파나소닉은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게 됐다는 평가다.
SMBC닛코증권의 미우라 가즈하루 애널리스트는 “양사는 손을 잡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각자의 기술을 공유하면 개발 속도는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사는 지난 4월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됨과 동시에 TV 사업 제휴를 놓고 물밑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4월 취임한 히라이 가즈오 소니 CEO는 가전 사업 경험은 전무한만큼 과거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파나소닉과의 제휴도 같은 맥락이다.
오는 27일 CEO에 취임하는 파나소닉의 쓰가 가즈히로 전무도 다섯 개였던 LCD TV 패널 공장을 두 개로 줄이는 등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소니와 파나소닉은 TV 사업 부진 여파로 2011 회계연도에 각각 사상 최악인 4566억엔, 7722억엔의 순손실을 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LCD 패널 시장 점유율에서는 삼성전자가 19.7%로 1위였고, 2위는 13.1%인 LG전자가 차지했다.
소니는 9.2%로 3위, 4위와 5위에는 파나소닉(8.1%)과 도시바(6.7%)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