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공동경영’ 유한양행-킴벌리, 이사 선임비율 놓고 법적분쟁

입력 2012-06-2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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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간 공동경영 체제를 유지해 온 유한양행과 세계 최대 제지업체 킴벌리클리크가 유한킴벌리의 이사 선임권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 정부의 약가인하로 어려워진 경영환경 속에 우량 자회사인 유한킴벌리 경영 주도권을 둘러싼 힘겨루기 양상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최근 유한킴벌리 지분 70%를 보유한 킴벌리클라크의 헝가리법인을 상대로 현행 이사 선임 비율 유지 등을 요구하며 서울중앙지법에 의결권 행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는 킴벌리클라크가 다음달 3일로 예정된 유한킴벌리 임시 주주총회에 이사 선임권 조정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한 데 따른 것이다. 유한킴벌리는 지난 1970년 키벌리클라크가 지분 60%를, 유한양행이 40%를 출자해 세운 합작회사다. 당시 양사는 이사 7명 중 킴벌리클라크가 4명, 유한양행이 3명을 선임토록 합의했다.

킴벌리클라크가 그동안 출자 비율에 따라 유지해 온 4(킴벌리)대 3(유한양행) 이사 선임 비율 변화를 시도하게 된 발단은 지난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환위기로 어려워진 유한양행이 현금 확보를 위해 10%의 지분을 킴벌리클라크에 넘기면서 지분율이 7대 3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킴벌리 측은 지분율이 높아진 만큼 이사 선임율도 변경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존 4대 3 비율을 5대 2로 바꿔야 한다는 게 킴벌리의 주장이다. 하지만 유한양행 측은 “양사는 1970년 공동 출자 당시 협력 정신을 유지하자는 차원에서 지분 보유 비율과 별개로 이사 선임권은 4 대 3으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동안 양측은 이사 선임권을 놓고 기싸움을 종종 벌여왔다. 최근에도 유한양행이 추진한 전 유한양행 대표인 최상후 이사 해임과 후임 선임 건에 킴벌리가 동의하지 않고, 후임을 킴벌리 측으로 하려하자 파열음이 일었다. 하지만 법적 소송으로까지 비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같은 양사의 갈등은 경영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신경전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공동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킴벌가 지분을 70% 갖고 있는 상황에서 이사 선임 비율마저 더 높아진다면 유한양행은 경영의 중심에서 밀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미국 킴벌리클라크사의 요구대로 라면 킴벌리클라크는 절대 과반의 이사 수를 확보하게 돼 로열티 증액이나 추가 이익배당 등을 쉽게 요구할 수 있게 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최근 약가인하로 어려워진 경영환경에서 우량 자회사인 유한킴벌리의 경영권 확보는 회사 전체의 사활이 걸린 문제일 수 있다. 유한양행은 1926년 설립 이후 동아제약에 이어 제약업계 매출 선두권을 꾸준히 지켜왔지만 지난해 영업이익까지 반토막이 나면서 이젠 매출 순위 4위마저 내줘야 할 처지가 됐다. 유한킴벌리의 지난해 매출은 1조3000억원, 영업이익 1350억원었지만 유한양행은 매출 6790억원, 영업이익 490억원에 그쳤다.

이에 대해 유한양행 측은 “킴벌리의 이사 수가 한명 더 늘어나는 것은 의결권 강화의 측면이 클 뿐”이라며 경영권 분쟁으로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도 “유한양행과 킴벌리클라크는 유한킴벌리의 양대 주주사로 주주사간의 이견이 있어 소송문제까지 번지게 됐다”며 “양측이 원만하게 합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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