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듬고, 귀 기울이는 여성적 리더십이 대세 = 1960년대부터 등장한 양성평등 이론의 핵심이던 ‘젠더’(Gender)는 이제 더는 여성 문제를 논의하는 용어가 아닌 비지니스 차원의 문제가 됐다. 산업현장과 시장에서 여성을 움직이는 원동력을 이해해야 기업이 성공할 수 있으며 기업이 생존을 위해 여성을 이해하고 여성에게 문을 열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단지 사회적 공정성 때문이 아니라 많은 여성이 팀제 조직이나 임파워먼트(Empowerment) 등을 강조하는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특성과 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오늘날의 지식경제시대와 정보화시대에서는 조직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게 됐고, 그와 더불어 사람들의 리더십에 대한 요구와 태도도 상당히 달라졌다.
지시적이고 권위적이며 강한 카리스마로 묘사되는 기존의 리더십으로는 이러한 조직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자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변화하고 있는 기업 환경과 조직운영 방식에서는 감성적이고 구성원들을 배려하며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새로운 방식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러한 리더십 특성들은 여성 고유의 기술들, 예를 들면 대인관계 기술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 팀으로 작업하는 능력, 타협,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능력 등과 부합된다.
우리는 이러한 새로운 방식의 리더십을 ‘여성적 리더십(Feminine Leadership)’또는 대안적 리더십, 뉴 패러다임 리더십이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있다. 그런데 여성적 리더십에 대한 정의는 결코 여성에만 국한된 특성은 아니다. 이러한 특질은 남성에서도 마찬가지로 발견할 수 있다. 여성들 중에서도 남성적인(전통적) 리더십을 가진 여성이 있고, 남성들 중에서도 여성적 리더십을 가진 남성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핵심적인 차이점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이러한 리더십 특성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비즈니스 영역에서 간과됐던 리더십 스킬 = 최근 들어 여성 리더들이 전형적으로 남성 주도적이었던 사회·정치·경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들은 남성처럼 조직을 운영하지 않고 기존의 규범이나 규칙을 따르지 않으며, 그동안 비즈니스 영역에서 간과되었던 리더십 스킬을 개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여성적 리더십이 전통적 리더십과 다른 점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첫째, 권위보다는 배려와 존중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성공한 여성 리더들은 인간적인 방법으로 직원이나 고객과 수평적 파트너십을 형성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붓는다. 오너 일가를 제외한 롯데그룹의 첫 여성 임원이 된 롯데백화점의 박기정 이사는 상호신뢰와 존중으로 직원들을 배려하고 소통하는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남성 리더들이 하듯이 지시하는 게 아니라 부탁하듯이 부드럽게 말하고, 맨 아래 직급의 직원에게까지 우리가 하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자세히 설명한다”고 말한다.
둘째, 부드럽고 감성적인 여성적 리더십의 기저에는 추진력과 도전정신이 깔려 있다. 여성 리더들은 다른 사람들이 막다른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기회로 인식하고, 강한 자신감으로 거센 반대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일을 추진해 나간다.
셋째, 여성 리더들은 자신의 신념하에 기존의 규범이나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전임자(대부분 남성)의 경영방식을 계승하기보다는 사업의 룰을 새로 고안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을 가진다.
여성적 리더십이 기존의 규칙을 깨고 새로운 규칙을 창안하는 것이라면 최근에 HP의 CEO로 영입된 맥 휘트먼만큼 그것을 더 잘 설명해주는 사람도 없다. 그녀는 이베이(Ebay)를 직원 30명의 벤처기업에서 1만 명 규모의 인터넷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공로가 큰 혁신자이다.
삼성전자 최초 여성 부사장인 심수옥 역시 선진 마케팅 프로세스 및 시스템 도입을 적극 추진해 브랜드 마케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회사 브랜드 가치 제고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여성 리더들은 조직문화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데 경쟁적 분위기보다는 호의적이고 협동적인 조직 환경과 가족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또한 그들은 다양성 추구를 통해 포용의 문화를 창출한다.
미국의 여성 CEO인 메리케이는 조직 구성원 서로가 존중받을 수 있는 여성적 기업문화를 조성함으로써 메리케이 코스매틱을 ‘가장 일하고 싶은 미국 100대 기업’과 ‘여성을 위한 10대 기업’으로 성장시킨 대표적인 사례이다.
/기사협조=임희정 교수(한양사이버대학교 경영학부), 경기여성정보웹진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