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출신의 인구통계학자 클린트 로렌(글로벌 데모그래픽스 CEO)가 지난 6월 한국을 방문했다. 세계 공인재무분석사(CFA, Chartered Financial Analyst) 모임인 CFA협회가 개최한 ‘한국투자 컨퍼런스’에서 강연을 하기 위해서다.
그는 “브릭스(BRICs)의 인구가 많고 경제성장률이 높다고 해서 투자 매력이 크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며 “향후 20년간은 브릭스 보다 유망한 미국 등 선진국에 주목하라”고 주장했다.
로렌은 “냉철한 투자자라면 인구에 관한 통념을 뒤집어 볼 필요가 있다”며 “선진국이 되려면 높은 생산성과 소비성향을 갖춘 중산층 노동인구가 두꺼워야 하는데 브릭스는 그런 노동인구가 적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남미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25세 이하지만 이 연령대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기 힘들고, 그래서 국가경제가 발전해도 개개인을 보면 절대 빈곤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들 나라는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이 미흡하다는 게 주요 투자처로는 선진국에 미치지 못한다는 논리다.
이런 의미에서 봤을 때 우리나라가 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20-50 클럽) 두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리스트에 올랐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1인당 소득도 높고 인구 5000만 이라는 규모를 갖고 있는 나라는 세계에 한국을 포함해 7개국 밖에 없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0-50 클럽 가입을 인공위성 발사에 빗대 안정적 성장이라는 정지궤도에 안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20-50 리스트에 오른 국가는 2만달러에서 3만달러 시대로 가는 것에 예외가 없었고 여전히 국제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클린트 로렌은 주요 국가를 인구와 경제의 상관관계를 놓고 분석할 때 노동인구·생산성·교육·기술력 네 가지 변수를 면밀히 살핀다고 했다. 특히 교육이 중요한 요소로 생산성과 기술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교육을 잘 받은 인력이 많고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등 기술력도 뛰어나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안정적인 생활소득에 중산층 노동인구 많은 우리나라는 향후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중이지만 일할 수 있는 40~64세 인구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높다는 것도 그는 장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 1명을 겨우 넘는 출산율에다가 고령화는 OECD 국가 중 최고 속도로 질주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부족해지고 이 때문에 우리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출산율을 높이고 고령화 속도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은 있을까? 미래 노동력을 확보해 성장 동력을 유지하려면 어떤 정책을 써야 할까? 서유럽 선진국 중 출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상인 국가들을 보면 저출산 대책 지출이 GDP의 2% 중반을 넘는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GDP 대비 0.5%를 왔다갔다 한다. 20-50 클럽을 넘어 30-50 클럽으로 한단계 도약하기 위한 한국사회의 해법은 무엇인지 짚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