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베데프, 쿠릴열도 방문…러·日 긴장감 고조

입력 2012-07-04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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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이후 두 번째…日, 주일 러 대사 불러 항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가 3일(현지시간)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를 방문하면서 양국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따르면 오는 9월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사할린주를 찾은 메드베데프 총리는 이날 항공기로 쿠릴열도 4개 섬 가운데 하나인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에 도착했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도착 후 “과거와 달리 국토의 끝 부분이라고 해서 가장 궁핍한 지역인 것은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며 섬 주민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사할린주(州) 주도 유즈노사할린스크에서 기상 조건이 호전되기를 기다린 끝에 쿠릴열도 방문 의지를 관철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드베데프는 유즈노사할린스크에서 쿠릴열도 사회경제개발 프로그램 관련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정부 각료들이 쿠릴열도를 방문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고 이같은 관행은 새 각료들에 의해서도 당연히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쿠릴열도는 사할린 지역의 중요한 일부이며 나아가 러시아 영토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정은 지난 2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극동지역을 방문하는 중에 이뤄졌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지난 2010년 대통령 시절 러시아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쿠릴열도를 방문했다.

당시 일본이 반발하자 러시아는 현지에 배치된 군사력을 강화하면서 양국 간 관계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일본 외무성은 이날 메드베데프 총리의 쿠릴열도 방문 소식에 주일 러시아 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등 강력히 반발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사사에 겐이치로 외무성 사무차관은 “아파나시예프 대사에게 메드베데프 총리의 쿠릴 열도 방문은 최근 양국 간에 조성된 긍정적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라며 깊은 실망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메드베데프의 대통령 재임 당시 쿠릴열도 4개 섬이 역사적으로 일본 영토라며 반환을 요구했지만 메드베데프는 러시아가 실효지배하는 영토인만큼 일본의 요구에 응할 수 없다며 강경자세로 일관했다.

다만 5월 집권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일본과 쿠릴열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혀 향배가 주목된다.

쿠릴열도에 있는 쿠나시르·시코탄 등 4개 섬은 1945년 구소련이 점령했으며, 소련은 1956년 일·소 공동선언에서 시코탄 등 2개 섬을 반환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일본이 나머지 2개 섬도 반환할 것을 요구하면서 영토협상이 중단됐다. 이후 러시아는 4개 섬 모두 반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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