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일본의 엘피다메모리를 인수하며 D램 부문 업계 2위로 껑충 뛰어올랐지만 국내 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마이크론이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엘피다를 2000억엔(약 2조8771억원)에 인수하고 내년 경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또한 엘피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히로시마 공장 등에 향후 640억엔을 투자해 최신 설비를 도입할 계획이다. 엘피다 인수에 총 2640억엔을 투입하는 셈이다.
마이크론은 엘피다를 전격 인수함으로써 D램 시장에서 총 24.5%의 점유율로 2위 업체인 SK하이닉스를 제치게 됐다. 마이크론의 D램 웨이퍼 생산능력은 종전 약 월 17만장에서 15만장 늘어난 32만장에 달해 하이닉스(30만장)를 앞지르게 된다.
올 1분기 기준 D램 시장의 1위는 삼성전자(41.1%)이고 2위는 SK하이닉스(23.9%)다.
이처럼 D램 시장에서 마이크론의 경쟁력이 증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국내 업체들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마이크론의 규모가 커진 것 뿐이지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국내업체들과의 공정기술 격차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특히 모바일 D램 부문에서 마이크론과 엘피다는 30나노급 모바일 D램에 주력하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20나노급 D램 양산에 성공하는 등 국내 업체들의 기술이 앞서있다. 기술의 차이에 따라 원가의 차이가 나는 점도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다.
또한 엘피다 인수로 마이크론의 재무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도 국내 업체들에게 유리한 부분이다. 마이크론의 재무구조는 현금 23억달러와 차입금 32억 달러로 차입금 규모는 회사 설립 이후 최대 규모로 증가했다. 또한 수익성은 4분기 연속 영업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엘피다 인수로 2배가량 늘어난 생산설비를 유지, 투자해야 돼 더욱 재무적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두 회사의 점유율을 단순히 합칠 경우 2위로 올라서며 모바일에서 마이크론의 경쟁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마이크론의 재무상태를 감안할 때, 추가 파이낸싱이 필요할 것이며 향후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투자 부담을 고려하면, 마이크론의 최대 장점 중의 하나였던 재무안정성이 악화될 리스크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 전체적인 면을 봤을 때 경쟁업체 수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산업의 안정성이 부각될 것”이라며 “과거 모토로라와 지멘스가 D램 부문에서 협력을 했지만 지금 D램 사업을 접었듯이 경험적인 사례를 봤을 때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을 뺏기고 경쟁력이 낮아질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