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상당수 대형가맹점들이 카드사와 개별적으로 수수료율 적용 기한을 명시해 놨기 때문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에는 소급적용과 관련한 부칙이 없어 금융당국이 계획한 날짜에 수수료를 올릴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법률 소급적용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또한 대형가맹점과 카드사간의 계약현황도 파악하지 못한 금융당국에 비난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가맹점수수료 개편안의 양대 축은 영세가맹점 인하, 대형가맹점 인상이다. 둘 중 하나만 무너져도 35년만에 대수술했다는 수수료 개편안은 빛이 바래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일 영세가맹점의 우대수수료율을 1.8%에서 1.5%로 낮추는 가맹점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했다. 대형가맹점은 연 카드매출액 1000억원 이상 법인으로 분류했다. 지난 4월 기준 5만4000개의 법인 중 234개가 해당된다.
문제는 이들 가맹점 중 상당수가 법 시행일인 올 12월22일 이후까지 신용카드사와 계약이 돼 있다는 것이다.
코스트코는 삼성카드와 2015년까지 0.7% 신용카드 수수료율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올 초 KB국민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비씨카드 등과 기존 1.75%에서 1.7%로 수수료율을 낮춰 새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2015년까지로 알려졌다. 이들 외에 대형유통사, 항공사 등 대부분의 대형가맹점이 법 시행일 이후까지 계약이 체결돼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 계약에 개편안을 적용할 수 있을지 논란이 있어 법률 검토 중”이라며 “현재 대형가맹점과 신용카드사의 계약이 언제까지 돼 있는지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법 적용이 안되면 다른 보완책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카드업계로서는 난감하다. 영세가맹점의 수수료가 낮아지는 터에 대형가맹점이 요지부동이면 수익에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는 대형가맹점의 협조를 전제 하에 가맹점수수료 개편으로 카드사는 연간 8739억원의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대형가맹점이 당초 계약한 수수료율을 고수한다면 이중으로 피해를 당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엄태기 유권자시민행동 실장은 “기존 계약이 유지된다면 카드사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법 시행에 맞춰 카드사와 대형가맹점들이 새 계약을 맺을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새 계약을 강제할 수는 없어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은 난항에 빠질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