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상장사들이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채무보증, 자금대여 등을 통해 관계사 자금난 해소에 나서고 있다.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일환으로 이사회 결의를 거친 만큼 법적인 하자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자칫 부실이 전이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우려스런 부분은 꽤 많은 기업들이 실적 악화에 허덕이면서도 계열사 등의 ‘급한 불 끄기’에 동원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96.9% 급감한 케이아이씨가 대표적. 케이아이씨는 지난 2일 계열사인 삼양감속기의 대규모 채무에 대한 보증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채권자는 산업은행(채무보증액 213.2억원, 자기자본대비 157.16%), 신용보증기금(26.2억원, 19.24%), 씨티은행(19억, 14.00%) 등 3개 기관으로 총 채무보증액은 총 258억3000만원에 달한다. 케이아이씨의 자기자본이 136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계열사 채무보증액은 자기자본의 두 배에 이른다.
LED 전문기업인 루멘스 역시 지난 5일 관계사인 곤산류명광전유한공사 채무 68억1180만원의 채무보증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자기자본 대비 5.58%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루멘스는 지난해 180억7592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대비 34.1% 줄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51.57% 급감한 KC코트렐은 최근 계열사인 로지 코트렐(Lodge Cottrell Ltd.)의 채무 63억2558만원의 채무보증을 결정했다. 자기자본대비 10.54%에 달하는 금액이다.
모회사들의 계열사 및 관계사 챙기기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사업다각화를 위한 합리적인 경영활동의 일환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무리한 식구 밀어주기는 자칫 ‘공동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계열사의 경영악화로 모 회사인 상장사들이 큰 타격을 볼 수도 있다”며 “과도한 금전대여나 채무보증 기업의 경우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