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인사이드]새누리 "차기 정부 부담주지 말라" 靑과 각 세우기

입력 2012-07-1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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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정권 말 대형사업 제동 속내는…

정권 말 이명박 정부가 추진중인 대형 국책사업들에 대해 정치권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여당인 새누리당 역시 정부의 △가스산업 경쟁체제 도입 △차세대 전투기(FX)사업 △인천공항 민영화 △ KTX 민영화 △우리금융지주 매각 방침에 선을 긋고 있다.

정부는 최대 역점 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라는 대형 프로젝트가 4대강 사업으로 축소됐고, 그나마도 평가가 엇갈리는 만큼 현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충분한 검토 없이 강행해 차기 정부에 부담주지 말라는 입장이다. 이는 민감한 정책현안을 두고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게 연말 대선에서 ‘정권심판론’ 여파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도 없지 않다.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5대 쟁점 국책사업들에 대한 새누리당의 입장을 들어 봤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정부의 대형 국책사업 추진에 대해 부정적이다. 충분한 검토 없이 사업을 강행해 차기 정부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지분 49% 매각을 추진중인 인천공항과 민영화를 추진중인 KTX 모습.
◇ 가스산업 경쟁체제 도입 ‘시큰둥’ = 정부가 최근 추진중인 국책사업들은 이미 지난 18대 국회에서 사실상 ‘퇴짜’를 맞았던 이력이 있다. 가스산업 경쟁체제 도입이 대표적인 예로, 18대 국회에서 정부가 낸 법안은 해당 상임위(지식경제위)조차 통과 못한 채 폐기 처리됐다.

정부는 최근 관련 법 개정안을 다시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새누리당 역시 시큰둥한 상황이다.

이는 정부가 ‘경쟁체제’ 도입이란 미명하에 민영화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가스산업에 민간기업을 진입시켜 도입가를 떨어뜨림으로써 소비자 가격을 인하시키겠다는 정부의 구상에 반하는 연구결과들이 나온 점도 한몫했다. 국책연구기관인 국개발연구원(KDI)이 국내 가스산업에 경쟁 체제가 도입된다 해도 공급자, 즉 액화천연가스(LNG)생산국이 소수일 때는 신규 민간 사업자들끼리의 경쟁 때문에 오히려 도입가격 상승을 유발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낸 점 등이 ‘신중론’에 힘을 더했다는 것이다.

◇ 차세대 전투기(FX)사업 무리한 추진 반대 = 정부가 창군 이래 최대 규모인 약 8조3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최신예 전투기 60대를 도입한다는 게 차세대 전투기(FX) 사업이다. 정부는 10월 말까지 기종을 최종 확정한다는 목표지만, 새누리당의 반발부터 심상치 않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최근 이 사업을 언급, “국민의 의구심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강행하지 말고 국회에서 논의해보고 난 다음에 현 정부에서 추진할지, 다음 정부에서 추진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원진 전략기획본부장도 “국민들은 현 정부가 조급해한다고 본다. 신중히 검토하는 게 좋다”고 했다. 현 정부가 추진하지 말고 차기 정부로 넘기라는 요구들이다.

이러한 지적들은 친박(박근혜)은 물론, 비박(非박근혜) 측에서도 나오고 있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기종 입찰 마감일이었던 6월18일 “기종 시험평가를 4주 만에 한다는데 실물평가가 아니고 시물레이트 평가로만 진행된다고 한다. 촉박하다”며 정부가 일정에 쫓겨 무리하게 추진하는 점을 꼬집기도 했다.

◇ 인천공항 지분 매각 부정적 = 정부가 최근 인천공항 지분 49%를 올해 안에 매각하기 위해 관련 법 개정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새누리당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황우여 대표는 지난 2일 “18대 국회에서 논의하다가 일단 매각 보류로 논의를 마친 사안인 만큼 정부는 강행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우택 최고위원도 “국제공항협의회가 주관하는 공항공사 서비스평가에서 7년 연속 최고 공항 상을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3400억원의 순이익을 낸 공기업 지분을 정부가 정권 말기에 팔겠다고 서두르면 그 뒷배경에 의혹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정부가 18대에 제출한 인천공항 지분 49% 매각 법안을 야당과 함께 반대, 무산시킨 바 있다. 이 때문에 19대 처리도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 KTX 민영화 “국회에 맡기라” = 새누리당은 KTX 민영화 문제와 관련, 박 전 위원장이 당을 이끌던 시절 이미 국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새누리당이 KTX민영화에 반대하는 이유는 △알짜노선만 대상으로 할 경우 민간 기업에 대한 특혜 의혹이 불거질 우려가 있고 △코레일의 적자노선들에 대한 대책이 미비된 상태며 △철도시설의 관리 이원화 시 발생할 수 있는 안전문제 등에 대한 보완책도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국민적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와 관련, 박 전 위원장은 지난 4월 말 “KTX 민영화를 위해서는 표준 계약, 정부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며 “국민 공감대도 형성되고 보완책도 필요하기에 19대 국회로 넘겨 여야 간 논의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박 전 위원장 대선캠프에 합류한 이상돈 전 비대위원도 최근 “(MB정부는) 새로운 일을 벌이지 말고 하던 일이나 잘하면서 조용히 정권을 넘겨줄 준비를 하는 게 합당하다”며 “KTX 민영화는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박심(朴心)을 재강조했다.

◇ 우리금융 매각 “괜한 시비 일으킬라” = 새누리당은 정부의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추진도 사실상 반대다. 최대 10조원이 들어가고 4만명이 고용불안 상태에 빠지기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논란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27일까지 우리금융지주 예비입찰을 위한 제안서를 받기로 한 가운데, 이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우리금융 매각을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음 정부에서 논의하자”고 말했다. 그는 “무리하게 처리해서 괜한 시비를 불러 일으켜서는 안 된다”면서 특혜 논란에 우려를 표했다.

다만 진영 정책위의장은 6일 “우리금융 매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손해가 커지는 사안이다. 잘할 수 있으면 지금 하는 게 낫다”며 이 원내대표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 ‘여권 내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진 의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치권에서 지금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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