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재계 라이벌 열전]이해진 NHN 창업자, 영토 무한확장 첨병 서고…'공룡' 위기에 다시 전면에

입력 2012-07-1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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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후발주자서 年매출액 2조원대로…지식iN·통합검색 집중·점유율 '1위'

NHN과 다음. 모바일 인터넷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두 공룡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현재는 네이버가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벤처로 시작한 두 기업은 2000년대로 넘어온 이후 업계 1위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다퉜다.

이해진 NHN 창업자와 이재웅 다음 창업자는 몇년 전까지 경쟁의 중심에서 경쟁을 진두지휘해왔고 맞수로 주목받았다.

두 사람은 회사를 세우는 과정은 달랐다.

이해진 창업자는 대학원을 졸업한 후 삼성SDS에 입사했고 사내 벤처 네이버포트 소사장을 거쳐 1999년 네이버를 설립했다.

반면 이재웅 창업자는 직장생활 경험이 전혀 없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프랑스6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한국에 돌아와 다음을 설립했다.

현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는 했지만 NHN과 다음에는 두 사람의 창업정신이 고스란히 베어나고 있다.

▲이해진 NHN 창업자
‘정보 평등’이라는 철학을 근간으로 설립된 NHN의 검색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우리 생활 속에 들어온 지도 벌써 13년째다.

1999년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NHN은 검색을 기반으로 온라인 쇼핑, 컴퓨터 백신, 부동산 정보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성공 가도를 달려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NHN이 검색 시장의 독점적 영향력을 이용해 경쟁사들을 고사(枯死)시키고 인터넷 생태계를 황폐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에는 구조조정, 자금 횡령 사건, 1분기 영업이익 감소 등 일련의 사태로 성장통을 겪고 있기도 하다.

‘은둔의 창업가’로 불리는 NHN 창업자 이해진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최근 다시 경영 전면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줄곧 일본에 체류하며 해외사업에 매진하는 등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이 창업자가 전권을 쥐어틀면서 여느 때보다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후발주자 네이버, 공룡 기업으로 우뚝…이 창업자 진두지휘 = 네이버(naver)는 ‘navigate(항해하다)’와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r’의 합성어로 ‘항해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해진 창업자는 당시 삼성SDS의 사내 벤처였던 네이버에 3억원을 투자해 독립시켰다. 1999년 6월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네이버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고 다음, 야후, 라이코스에 이어 검색포털 업계 4위에 그쳤다.

자금난에도 불구하고 이 창업자는 100억원대의 투자를 유치해 수익모델 강화에 나섰다. 네이버와 공동마케팅 관계였던 한게임과 전격 M&A를 하며 2001년 9월 NHN(Next Human Network)을 세운 것.

NHN으로 회사명을 바꾼 후 지식iN, 통합검색 등에 집중한 결과 현재 검색점유율 70%를 기록하며 업계 1위를 차지, 연 매출액 2조원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네이버는 하루 평균 1300여만 명이 접속한다. 이들은 1인당 1시간 40분가량 머물며, 평균 190 페이지 분량의 기사와 콘텐츠를 탐색한다. 만 18세 이상 신문 구독자가 신문을 읽는 시간이 하루 평균 39분에 그치는 것과 비교하면 접촉시간의 차이는 꽤 크다. 성장속도 역시 빨라서 작년 매출 2조1200여억원에 영업이익 6200억원을 넘기는 알짜기업이 됐다.

NHN이 이익을 극대화하며 공룡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데는 이 창업자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클릭 수, 즉 트래픽을 늘리고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여러 산업분야와 갈등을 빚었는데 이를 이 창업자가 총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팩토리
◇“회사를 조기축구회로 생각” 직원들에 쓴 소리 = 이 창업자는 최근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취지로 직원들에게 벤처 정신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 1위 인터넷 기업으로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쌓인 관료적 모습을 털어내고 일하는 조직, 슬림한 조직으로 변신하기 위해서다. 일각에서는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하던 이 창업자가 위기를 맞아 경영 전면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이 창업자는 지난 3월 사내 강연에서 “사내 게시판에서 ‘삼성에서 일하다가 편하게 지내려고 NHN으로 왔다’는 글을 보고 너무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졌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창업자는 또 트위터를 통해 “NHN을 동네 조기축구 동호회쯤으로 알고 다니는 직원이 적지 않다”,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NHN은 노동 강도가 가장 약한 곳”, “요즘은 (야간 근무를 하지 않고) 오후 7시에 퇴근하고 다음날 오전 10시에 출근하는 직원들이 많다” 등 직원들의 위기의식을 촉구하는 발언을 계속해 화제를 모았다.

뿐만 아니라 NHN은 지난 4월 대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 전체 부서의 30% 정도를 통·폐합했다. 본부장이나 팀장 등 직급별 보직자도 비슷한 숫자로 줄었다. 중간관리자를 줄이고 일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했다. 수석·차장·부장 등 복잡하게 짜여진 인사 제도도 작년말 개편했다. 최근에는 2차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창업자는 일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냉철하게 처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회의석상에서 임원진이 내놓은 자료가 부실할 경우 그 자리에서 바로 시정명령을 내릴 정도로 단호하다. 이 때문에 이 의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그와 성향이 맞지 않는 기존 임원진의 대거 이탈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모바일 사업에 사활…NHN 한계 극복할까 = 이 창업자가 최근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모바일 사업이다.

네이버가 검색 광고 사업을 강화하고 오픈마켓 등 신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는 가운데 일본을 오가며 모바일 메신저(MIM: Mobile Instant Messenger) ‘라인(LINE)’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NHN은 지난 3일 일본 도쿄에서 라인을 모바일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2011년 6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라인은 NHN 모바일 사업의 핵심 플랫폼으로 국내 보다는 일본 등 해외를 기반으로 서비스 중이다.

서비스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가입자가 4000만명을 웃돌고 있으며 신규 가입자가 1주에 150만건에 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 연말까지 1억명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일본, 대만, 홍콩 등 아시아 국가에서 1위를 점하고 있으며 현재 5개국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라인은 모바일 메신저의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중심으로 게임과 상거래, 각종 콘텐츠와 마케팅을 결합한다. 모바일에 맞는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지향한다.

아직 수익모델이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산업 특성상 트래픽이 확보되면 향후 다양한 수익모델로 확장이 가능하다. NHN은 지난 4월말부터 라인을 통해 스티커 판매를 시작했으며 향후 모바일검색, 모바일게임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 창업자가 라인을 통해 NHN의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NHN은 그동안 해외에서 뚜렷한 성공 사례를 만들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창업자가 오랫동안 쌓아온 저력과 마케팅의 힘이 해외 시장에서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NHN을 글로벌 IT 기업으로 재탄생 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해진 창업자는 = △1967년 서울 출생 △상문고등학교,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과 석사 △1992년 삼성SDS 입사 △1999년 네이버컴(현 NHN) 설립, 대표이사 사장 △2001년 NHN 공동대표이사 사장 △2004년 NHN 이사회 의장 및 최고전략책임자(C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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