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CEO들이여! 멋진 휴가를 떠나라

입력 2012-07-1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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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혁 금융부장

CEO에게 휴가계획을 물으면 보통 다음 4가지 중에 한 가지 답이 돌아온다.

① 집에서 경영구상을 하겠다.

② 못 읽었던 책을 읽으며 보내겠다.

③ 일이 휴가다. 회사에 출근해 밀린 업무를 보겠다.

④ 특별한 계획이 없다.

또 다시 돌아온 휴가철, 당신은 어떤 답을 갖고 있나.‘비상경영’에 돌입할 정도로 경제 환경이 불확실한데 ‘휴가는 무슨 휴가’ 나며 반문할지 모르지만 그렇다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경영자다.

오로지 일만 하는 것이 경영자의 최고 덕목이라고 생각하는 건 시대에 뒤 떨어진 착각이다. 한순간도 업무에서 손을 놓지 않아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상상력의 부재다.

미국 경영대학원에서는 휴가를 기업의 위기관리 차원에서 접근한다.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위기관리 해법도 도출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이 새로운 경영 트렌드로 부상했고 창조적인 휴가가 경영의 화두로 등장했다.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특색 있고 멋진 휴가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회사도 늘고 있다. 경영 흐름이 이렇게 변하고 있는데 ‘칩거 하겠다’‘계획 없다’‘반납 하겠다’는 계획 아닌 계획을 되풀이 하는 건 본인을 위해서나 회사를 위해서나 바람직하지 않다.

수년 전 이상철 전 정통부 장관에게 감동이 깃든 휴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어느 해 여름 백양사에 머물었던 서옹 스님에게서 인생의 큰 가르침을 받았다고 한다.

“무엇이 생의 근본이 될까요?”

“참사랑이지.”

“참사랑의 요체는 무엇인지요?”

“흐음~ 그것은 자유로움이야. 모든 것으로부터의 자유로움.”

이 전 장관은 짧은 대화 속에 숨어 있는 선문답 식 가르침이지만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늘 떠올렸다고 회상했다.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에 휴가는 영감을 얻는 소중한 시간이다. 정 사장은 트위터에 비 오는 날 밴쿠버 호텔에서 헤드폰을 분해하고 분석했다는 내용을 알렸다. 외국 호텔방에서 헤드폰을 분해하고 있는 모습이 기이할 수 도 있지만 정 사장에게 그 시간은 새로운 것을 충전하는 기쁨의 시간이다.

한국투자증권 유상호 사장은 힘들 때마다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곤돌라를 타며 바라본 물안개를 떠올린다. 그러면 벅찬 감동이 밀려 오면서 새로운 힘이 생긴다고 한다. 신영자산운용 이상진 대표는 일본 훗가이도의 원시림을 거닐며‘여의도 스트레스’를 훌훌 날려 보냈다.

참 휴가는 버리는 거다. 버려야 자유도 얻고 영감도 얻을 수 있다. 담겨져 있던 것을 버릴 때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 생긴다.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수록 더 많은 휴식시간이 필요하다. 혁신적인 생각, 창의적인 사고는 충분한 휴식에서 생겨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생각을 버려야 생각이 생긴다.

《내 몸 개혁 6개월 프로젝트》를 쓴 유태우 박사는 ‘내 몸 훈련법’ 첫 걸음으로 생각 중지 훈련을 꼽는다. 명상은 생각을 하지 것이지만 생각 중지는 많은 생각이 날 때 내 맘대로 생각을 중지시키는 것이다. 유 박사는 “한국인 중에는 생각하지 싫은데도 계속 생각이 나는 ‘생각중독’에 걸린 사람이 많다”며 “2주 정도만 생각중지 훈련을 해보면 몸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아래는 켈트인에게 전해 내려오는 글이다.

“지쳐버린 많은 사람은 그동안 자기 자신에게 시간을 주지 않았다. 일을 잠시 멈추고 자신들의 영혼이 따라올 시간을 주지 않은 것이다. 자신에게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은 단순하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모든 일을 잠시 내려놓고 그동안 무시했던 그대의 영혼이 다시 그대를 만나게 하라. 그것은 그대의 잊혀진 신비와 다시 가까워지는 멋진 일이다.”

(공병호의 ≪초콜릿≫ 중에서)

지친 CEO들이여! 올 여름엔 멋진 휴가를 떠나라. 그곳에서 경영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잊혀졌던 나를 되찾자. 나를 되찾을 때 경영도, 경제도 살아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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