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두 개의 문' 앞에선 인권위원장

입력 2012-07-1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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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주 사회생활부 기자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은 지난 4일 용산참사 관련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을 관람하려고 서대문의 한 영화관을 찾았다 인권단체 관계자와 관객들에 의해 쫓겨나는 수모를 겪었다. 용산 참사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인권위의 의견 제출을 직접 막았던 현 위원장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

인권위는 이념전쟁, 독재, 공권력의 횡포로 점철된 한국 현대사에서 시민의 인권을 사실상 최초로 언표한 국가기구다. 2001년 출범 후 이라크 전쟁 반대 의견 표명(2003),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2004), 사형제 폐지 권고(2005), 전국농민대회 당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한 농민 사망 의견 발표(2005),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입법 권고(2005) 등 눈부신 이정표를 세웠다.

그러나 인권위는 현병철호 출범 후 ‘인권유린위’, ‘식물위’라는 오명을 얻었다. 취임 직후 내부적으로는 직원 61명 동반사퇴, 11명 동시 중징계 등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또 PD수첩, 민간인사찰, 한진중공업 사태, 용산참사 등 중요 사안에 대해 침묵을 지키거나 직권조사 상정도 부결시켰다. 심지어 인권위 내부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던 장애인에게는 식수, 음식, 난방, 화장실 사용 등을 차단하기까지 했다. 당시 농성 중이던 활동가 우모씨는 한 달 뒤 급성폐렴으로 사망했다.

청문회에서 드러난 현 위원장의 0점짜리 도덕성과 전문성은 차치하고라도 유신시절을 연상케 하는 현 위원장의 재직 3년은 인권위가 한국 사회에 남긴 발자취에 대한 모독이다.

인권위원장은 그 어느 자리보다 높은 도덕성과 인권감수성을 요구받는 자리다. 엠네스티, 아시아인권위원회 등 각계각층이 그의 연임에 반대하는 것은 현 위원장이 그간 보여준 모습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현 위원장은 자진사퇴와 연임이라는 두 개의 문 앞에 서 있지만 결국 그가 선택할 문은 하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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