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냉장고’와 ‘나는 가수다’가 성공했는데 공통점이 뭔지 아십니까? 남들이 다 안 된다고 한 것을 했다는 겁니다.”
쌀집아저씨로 유명한 MBC 김영희 PD가 삼성그룹 사장단에게 전한‘혁신’에 관한 메시지다.
18일 삼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 사장단 회의에서 김영희 PD는 ‘세상을 바꾸는 혁신적 아이디어’라는 주제의 강연을 했다.
김 PD는 혁신에 대한 결론부터 냈다. 새로운 것에 몰두하고 남들이 다 안 된다고 하는,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바로 혁신이라는 것이다.
그는 먼저 2002년 방송됐던 ‘책책책을 읽읍시다’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했다.
그가 이 코너를 기획하자 “어떻게 프라임 시간대에 책을 다루냐” “예능에서 책을 다루면 시간도 버리고 프로그램도 망친다”는 등 모든 사람이 반대 의견을 냈다. 심지어 출판계 사람들까지 “생각은 고맙지만 출판계 사정을 모르시네요. 안 될 겁니다”라고 했다.
김 PD는 “그래도 밀어부쳤다. 의미와 가치가 있고 유익한 것을 재밌게 만들면 된다는 생각 뿐이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결국은 대성공. 첫 회 방송을 통해 홍보한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무려 150만부가 팔려나가며 그 수익금으로 순천에 어린이 도서관도 설립했다.
1996년 첫 방송된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경규가 간다- 양심냉장고’도 모든 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작해서 대성공을 거뒀다.
김영희 PD가 투입될 당시 일밤 시청률은 불과 2%. 경쟁사는 40%에 육박했다. 시청률 2% 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워야 한다고 김 PD는 생각했다.
넉 달 넘은 아이디어 회의에도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았지만, 김 PD는 새벽길 아무도 없는 파란 신호등에 무심코 멈춰 선 후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다. 이로 인해 양심냉장고의 아이디어를 냈지만 되돌아 온 답변은 “감독님이 4개월을 시달리시더니 맛이 갔네요…”라는 냉소뿐이었다.
하지만 결국 밀어부쳤고, 첫 녹화에서 몸이 불편한 티코 운전자가 첫 양심냉장고를 타는 주인공이 되며 전국에 큰 감동을 전해줬다.
지난해 전국민에게 큰 사랑을 받은‘나는 가수다’도 마찬가지였다.
김 PD는 “기획은 했지만 성공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며 “‘진짜’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7명의 가수를 섭외할 수 있었고, 결국 우리사회에 위로와 즐거움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으로 자신감과 진정성 그리고 간절함을 꼽았다.
“남들이 다 안 된다 할 때 성공한다는 확신을 가져야 하고, 정말 시청자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진정성도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어떻게든 이 메시지로 시청자에게 다가가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김 PD는 “혁신의 출발점은 불가능하다고 하는 걸 상상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