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장애인 재능기부 시골마을 웃게하다

입력 2012-07-1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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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두리봉사회 15명, 용인 길업마을 봉사활동

▲17일 (사)곰두리봉사회 회원이 용인 길업마을을 찾아 해충방제 재능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나도 머리 염색하고 손질 좀 하면 젊어 보이려나? 허허허”

경기도 용인 산기슭에 자리 잡은 한적한 시골마을이 웃음으로 한바탕 떠들썩하다.

마을 어귀에 자리한 게이트볼장은 이미 미용실로 변했고, 모기로 들끓던 마을 개천과 풀밭은 해충 소독약으로 한결 개운해졌다.

지난 17일. 한쪽 다리를 서로 묶은 곰 두 마리가 그려진 초록조끼를 입은 (사)곰두리봉사회 회원 15명이 이·미용과 소독방역 재능기부를 위해 길업마을을 찾았다.

곰두리봉사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구성된 단체로 지난 1988년 서울 장애인 올림픽 당시 장애인을 위한 차량 이동 봉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25년간 봉사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얼핏 장애인들이 어떻게 봉사활동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이는 편견에 불과하다.

봉사회를 이끄는 김현덕 회장은 한쪽 다리가 불편해 목발을 짚은 상태에서도 시종일관 웃음을 지으며 봉사자들과 함께 봉사활동에 나섰다. 또 마을 소독을 전담한 충북지부 배문순 회장도 한쪽 다리가 좋지 않아 장애 2급 판정을 받았지만 길업마을 37가구 전부를 돌며 소독 작업을 함께했다.

배 회장은 “우리는 그동안 많이 받아왔기 때문에 이제는 나눠야 할 때”라며 “내 직업이 해충 방제와 관련됐기 때문에 이런 아이템으로 재능기부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의 재능기부에 마을 주민들은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이 마을에 사는 김금례 할머니(81)는 “예전엔 면에서 소독을 해줬는데 요즘엔 없어졌다”며 “이렇게 소독을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또 최호차 마을 노인회장(80)은 “이발을 하려면 멀리 시내까지 나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며 “재능기부 덕분에 그런 불편을 덜게 돼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에 김현덕 회장은 “재능기부가 건강하고 가진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장애인들 역시 공급자로서 사회에 공헌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면서 “앞으로 10월까지 매달 마을에 찾아와 재능을 기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 단체처럼 자신들이 가진 재능을 농어촌에 기부하는 재능기부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스마일재능뱅크 사업이 시작된 지난해 8월 이후 재능기부자는 2만명(개인 1만3802명·단체 6486명)을 넘어섰고, 재능기부를 요청하는 농어촌 마을도 539곳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스마일재능뱅크는 재능기부활동으로 도시민과 농어촌마을을 연결하고 농어촌재능기부활동을 촉진키 위한 공모사업이다.

재능기부 신청자들은 농림어업에 대한 재능기부는 물론 마을 홍보와 벽화그리기, 체험·관광·축제 등 지역개발분야와 의료봉사, 방과 후 학습, 이·미용, 장수사진 등 의료와 복지 분야까지 다양한 재능 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에는 동신대 한의학과 학생들이 전남 나주시 왕곡면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펼쳤고, 박앤윤공공미술연구소는 강원도 평창군 동막골 마을에 벽화 그리기 재능을 기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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