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건설사들은 적극적인 신시장 개척을 통해 중동 위주의 수주시장을 동남아와 중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 보면 해외 건설시장이 드러난 것처럼 장밋빛은 아니다.
해외건설 수주 실적이 양적으로 팽창하고 있긴 하지만 내실은 되레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사끼리 출혈 경쟁은 물론,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유럽, 일본 건설사와의 경쟁도 벌여야 한다. 여기에 저가로 승부하는 중국 건설사들까지 가세하며 수익률은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제 원자재값 고공행진, 발주처들의 무리한 요구까지 더해지며 해외건설이 말 그대로 ‘빚좋은 개살구’가 될 위기에 처해 있다.
◇제살 깍아먹기 경쟁 여전 = 대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해외건설 수주가 순항을 거듭하며 올해 목표치는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목표치 달성을 향해 가기 위해서는 산적해 있는 과제들을 해결해야지만 가능할 것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최근에는 일본과 중국 건설사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우리 정부와 건설사들이 공 들려 온 대형 건설사업들에 대해 입질을 하고 있고, 높은 기술력을 앞세운 선진국 건설사들까지 가세하며 해외시장이 난전 양상을 벌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덤핑 수주에 대한 문제점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수주고를 채우기 위해 지나치게 저가 수주에 나서다 보면 향후 건설사들의 수익성 악화는 불보듯 뻔한 일이다.
특히 최근 건설사들도 전문경영인 체제가 대세를 이루면서 임기내에 실적을 채우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이런 덤핑수주의 우려는 더욱 심해지는 양상이다.
또한 국내 건설사들끼리 지나친 경쟁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중동 등지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끼리 대형사업에서 대거 맞붙으며 ‘제살 깍아먹기’식 경쟁이 벌어지고 이는 결국 덤핑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
예를들어 1·2위 업체 간 입찰가격 차이가 최대 20∼30%까지 차이 나는 등 제시한 금액으로는 도저히 공사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은 과당경쟁으로 인한 후유증이 나타나지 않지만 공사가 완료되는 수년 후 고스란히 회사로 돌아오게 돼 자칫 회사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 기존에는 국내 건설사들이 공공공사가 주택사업에서의 이익으로 버틸 수 있었지만 최근 극심한 경기침체로 그 역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최근 수주물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 등과 같은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한 리스크가 동반 상승한 것도 시급한 해결과제로 꼽히고 있다.
때문에 해외건설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숨고르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발주처 횡포, 새로운 변수 부각 = 문제는 국내건설사들끼리 맞붙을 경우 공사가격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해외발주처들의 경우 국내건설사들이 입찰에 참여할 때까지 입찰을 연기하거나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에게 수주를 전제로 다른 공사나 무리한 옵션을 요구하는 등 횡포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남아시아의 발전소 수주에 참여했던 A건설사는 발주처가 국내 업체간 수주경쟁이 치열한 상황을 악용해 공사비를 삭감하거나 진행비 명목으로 공사와 무관한별도의 부담을 요구한 사례를 호소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실제로 수주할 능력이 되지 않는 국내 업체의 저가 투찰로 인해 발주처의 가격 할인 요구 때문에 수주를 포기한 프로젝트가 한 두개가 아니다”고 토로했다.
발주처의 무리한 요구로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3년 전 S건설은 핵심 프로젝트로 추진했던 사우디아라비아 빌딩 입찰을 발주처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포기했다. 발주처는 공사를 수주할 경우 부속건물이나 발주처 관련 건물을 지어달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해에는 B사가 카타르 정부 소속의 발주기관으로부터 도하 신공항 건설 프로젝트의 공사 계약 직전 보류 통보를 받았다. 우리나라가 카타르와 ‘18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유치전에 뛰어들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처럼 공사 외적인 부분에서 건설사들이 흔들리며 해외건설의 어려움은 한층 커지고 있다.
이에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택분야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란으로 건설산업이 휘청거렸는데 수년 후에는 해외공사의 각종 후유증으로 또 한번의 심각한 위기가 몰려올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차원의 컨트럴 타워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