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통행세', 신동빈 회장의 꼼수

입력 2012-07-20 12:10 수정 2012-07-20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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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상황 부실 롯데기공 41억 부당이득 안겨…공정위, 롯데피에스넷에 6억원 과징금

롯데 계열사가 그룹 오너의 지시로 부실 계열사에 일명 통행세(중간 마진)를 챙겨준 사실이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일 계열회사를 부당지원한 롯데피에스넷㈜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6억49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서비스 업체인 롯데피에스넷은 지난 2008년 유통계열사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그룹 전략에 따라 ATM기 제조업체인 네요아이피씨로 부터 ATM 1500대를 사기로 했다.

이때 당시 롯데그룹 부회장이었던 신동빈 회장이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롯데기공을 ATM 구매거래 중간에 끼워 넣으라고 지시했다. 롯데피에스넷이 직접 제조업체에서 ATM을 사지 말고, 롯데기공이 ATM을 구매하고 이를 롯데피에스넷에 다시 되파는 형식을 취하라는 것이다.

이 덕분에 보일러 전문 제작업체인 롯데기공은 ATM 제조ㆍ유통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음에도 위험 부담없이 중간이윤을 챙길 수 있었다.

실제로 롯데기공은 2008년 88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2009년부터 흑자로 전환되는 등 ATM 거래에 끼어든 이후 재무구조가 현저히 개선됐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롯데피에스넷은 2009년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롯데기공으로 부터 707억원 어치의 ATM을 구입했다. 이런 간접구매 방식을 통해 롯데기공은 롯데알미늄에 흡수ㆍ합병된 이후까지 합산해 모두 41억5100만원의 차익을 기록했다.

신영선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별다른 역할이 없는 계열회사를 거래 중간에 끼워넣어 일종의 `통행세'를 챙기게 한 그룹 계열사를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통행세 관행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공정위의 이번 제재 조치에 대해“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특히 롯데측은 지난 6월 검찰이 이와 관련해 조사를 했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 공정위의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롯데피에스넷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건은 지난 6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안”이라며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이 당혹스럽고, 추후 의결서를 수령한 후 면밀한 검토를 통해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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