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三重苦' 신음]글로벌 위기 장기화에 내수도 꽁꽁…"탈출구 안 보인다"

입력 2012-07-2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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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 리스크 '경제여건 악화'

“세계경제의 엔진 역할을 담당할 나라가 없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를 바라보고 있는 재계의 시선이다. 특히 경제위기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기업의 경기체감지수(BSI)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경영상의 어려움에 따른 기업들의 심리가 경제지표에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내수에 대한 전망도 암울하다. 부동산 침체와 가계부채 부담 등으로 민간소비가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기업들은 경제위기 돌파를 위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공장 모습. 삼성전자는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 따라 오스틴 공장 내 낸드플래시 라인을 시스템SI 라인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안개속 대내외 상황=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조사 결과, 올해 7월 전망 지수는 89.7로 지난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6월 실적치(90.4) 역시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도출됐다. 최근 전국 250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올해 3분기 기업경기전망(BSI)을 조사한 결과 3분기 전망치는 88로 지난 분기보다 11포인트 하락했다.

기업들의 체감경기 악화는 대내외 경제여건이 그대로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의 대외적인 경제상황 악화는 유로존에서 출발하고 있다. 유로존은 높은 실업률 등으로 좀처럼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4월 유로존 17개국 실업률은 평균 11%로 지난 1995년 통계자료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강력한 제조업을 바탕으로 유로존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독일도 흔들리고 있다. 독일의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는 3년만에 최저수준인 44.7%로 떨어졌다.

유로존의 위기는 중국 경제를 흔들고 있다. 중국은 자국 최대 수출시장(18.7%)인 유로존의 수요가 감소하면서 경기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은 8.1%에 그쳤다. 5월 제조업 PMI는 전달보다 2.9포인트 낮은 50.4를 기록해 6개월 만에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분기 경상수지는 ’08년 4분기 이후 최악인 1373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실업률이 마의 8%선을 깨지 못하고 8.2%로 반등하는 등 고용지표에도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은 3~5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출 감소세가 3개월 넘게 이어진 것은 2009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유럽위기에 따른 한국 경제의 저성장세는 가계의 실질소득 증가를 가로막고 있다. 부동산 침체와 가계부채로 고통을 겪고 있는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을 위축시키고 있는 셈이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기 대비 0.2% 증가하는데 그쳤고, 부동산 등 자산가격 하락으로 민간의 실질구매력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실적지표 빨간불=국내외경제 악화가 기업 재무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98개 상장사의 올해 연간 잉여현금흐름 전망치는 18조4458억원으로 지난해말 39조9590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번 전망치는 영업현금흐름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전망치는 1분기 실적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올해 들어 현금흐름에 빨간불이 켜진 것을 방증하고 있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활동으로 발생하는 현금흐름과 투자현금흐름을 합한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요 상장사들의 현금흐름 전망치가 급감한 것으로 영업 활동 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또 10대그룹 가운데 7곳은 주요 상장 계열사들의 올해 상반기 총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대기업에 대한 영업지표 악화 전망은 경영진들이 그대로 체감하고 있다. 전망치가 현실화 되고 있는 셈이다.

전경련에 따르면 국내 600대 기업의 실적을 반영한 기업실사지수가 최근 4월부터 3개월간 연속 기준치이 100을 밑돌고 있다. 6월 기업실사지수 실적치는 90.4로 지난 5월 조사한 전망치 98.3보다 낫게 나타났다. 부문별로 보면 고용(100.7)과 재고(107.3)을 제외한 전 부분이 기준치 100을 넘지 못하고 있다. 내수(97.6), 수출(98.5), 투자(98.3), 자금사정(93.4), 채산성(91.9) 등이다.

대기업 경영진들이 전망보다 실적 흐름이 더 악화되고 있음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용어설명

◇BSI(business survey index)=기업경기실사지수다. 지수 100을 기준으로 높으면 경기가 좋고 미만이면 나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른 경기관련 자료와 달리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기업의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요소가 반영돼 있어 시장의 체감정도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PMI(Purchasing Managers Index) :미국 구매관리자협회가 매달 제조업 동향에 대한 설문을 실시해 산출하는 지수로, 기준치인 50보다 높으면 경기확장, 낮으면 경기수축을 의미한다.

* 도표=대기업 BSI 추이(엑셀파일)

* 사진설명=사진은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공장 모습. 삼성전자는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 따라 오스틴 공장 내 낸드플래시 라인을 시스템LSI 라인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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