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과 그리스가 또다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국) 붕괴의 핵심으로 부각되면서 역내 지도자들이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국가 부도 위험에 처한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을 중단하고 유로존 4위 경제국인 스페인을 살리자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힘을 얻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지난 20일 스페인 은행권의 자본확충을 위한 10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승인했다. 그러나 시장 우려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스페인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7.26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페인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지방정부의 재정 부실 문제가 불거지면서 스페인 중앙 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 영향이다.
스페인 지방자치주 발렌시아주는 지난 20일 중앙정부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무르시아주를 포함해 6개 지방정부도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 중에는 스페인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카탈루냐도 포함돼 스페인 정부가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스페인의 17개 지방정부의 부채 규모는 360억유로, 중앙 정부가 마련한 공공기금 규모는 180억유로에 불과하다. 스페인이 국가 차원의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고조된 것도 이 때문이다.
스페인은 역내 4위 경제국인만큼 그리스가 국가 부도에 처하는 것에 비할 바가 못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역내 국가들이 그리스보다는 스페인을 구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필립 뢰슬러 독일 부총리는 이날 현지 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구제금융 지원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더 이상의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을 중단하는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리스 국채를 당분간 담보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리스는 24일 유럽연합(EU)·IMF·ECB 등 이른바 ‘트로이카’의 방문을 앞두고 추가 긴축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리스는 구제금융이 끊길 경우 오는 9월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진다. 트로이카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