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공개매수 불참으로 한라공조의 상장폐지가 무산되면서 지분 69.99%를 보유 중인 최대주주 비스티온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비스티온은 2차 공개매수를 실시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라공조 상장폐지를 다시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국부유출이라는 여론의 압박으로 비스티온의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향후 국민연금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지난 18일 기준 한라공조 지분 7.82%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이 공개매수에 불참하면서 지분율 95%를 확보해 상장폐지를 하려던 비스티온의 계획은 무산됐다. 국민연금은 “한라공조의 기업 가치와 향후 성장성을 검토한 결과 이번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는 것이 국민연금의 장기 투자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공개매수 불참의 이유를 밝혔다. 장기 보유할 경우 공개매수 가격(주당 2만8500원)보다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응하지 않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국민연금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9월부터 한라공조 지분 111만주를 매도해 지분율을 꾸준히 줄여왔다. 심지어 공개매수 결정이 나온 이후에도 약 29만2000주를 평균 매도 단가 2만6000원 안팎에 처분했다. 매수가가 낮다는 핑계로 공개매수에는 불참하면서 이보다 낮은 가격에 지분 일부를 매도한 것이다.
비스티온은 그간 한라공조를 비상장사로 전환하면 경영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한라공조 노조와 산업계 일각에서는 비스티온이 경영권을 장악해 이익을 마음대로 빼가려는 것 아니냐며 국민연금의 공개매수에 반대했다. 때문에 이번 국민연금의 공개매수 불참은 한라공조가 상장 폐지될 경우 국부 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고 국내 산업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여론도 감안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국민연금은 이제 한라공조 주식을 2만8500원 이하에서 팔 수 있는 명분을 잃게됐다. 또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에 따라 소액주주 지분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지면 관리종목에 편입되고 이 상태가 2년 동안 지속되면 상장폐지된다. 따라서 비스티온 측이 소액주주 지분 확보를 통해 상장폐지를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일단 전문가들은 비스티온 측이 가격을 올려 국민연금에 다시 공개매수를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초 비스티온의 공개매수는 3만원 이하에서는 성공할 가능성이 적었다. 비스티온의 상장폐지 전략은 유효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2차 공개매수에 나설 것으로 본다”며 “금속노조의 국민연금 항의방문 등 정치적 노이즈를 없앨수 있는 타이밍, 즉 대략 올 연말 대선이 끝날 때쯤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은영 동부증권 연구원은 “비스티온의 영업이익이 거의 손익분기점 수준으로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며 “향후 국민연금에 공개매수 2차 제안을 할 수도 있고 공개매수를 포기하고 한라공조 자체를 매물로 내놓아 인수합병(M&A)을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