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뭐길래]물가 오르고 경기 불안하고…기준금리 '진퇴양난'

입력 2012-07-2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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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한은총재의 딜레마

“솔직히 요즘같이 글로벌 경기 흐름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김중수 총재의 고민이 이해가 간다. 어느쪽이든 불만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7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평가한 경제 전문가의 말이다.

실제로 올해 6월까지 기준금리 동결이 이어진 지난 12개월 동안 김 총재와 금통위는 선제적 금리인상 시기를 놓혀 위기시 기준금리 운신의 폭을 좁혀놨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반면 7월 기준금리를 전월보다 0.25%포인트 내린 연 3.0%로 낮춘 것에 대해서는 또한 기습적인 결정이라며 채권시장의 불만과 함께 가계부채 등의 문제를 외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같은 양면적인 비난과 김 총재의 고민을 읽기 위해서는 기준금리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기준금리란 중앙은행인 한은 안에 설치된 금통위에서 매달 회의를 통해 결정하는 금리로 한은의 환매조건부채권 매매, 대기성 여·수신 등 금융기관 간 거래의 기준이 되는 금리다.

기준금리는 2008년 3월부터 정책금리로 설정되면서 중요성이 증대됐다. 하지만 기준금리는 단지 운용 목표치에 불과하며 실제로 자금 시장에서 거래되는 다양한 금리는 기본적으로 자금의 수요자와 공급자에 의해 결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제시하는 기준금리가 중요한 이유는, 한은이 채권의 매매나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 또는 재할인율 등의 통화정책으로 통화량이나 물가, 나아가 금리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발표하면 시중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들은 이를 기준으로 하여 각각 금리를 책정하게 된다. 따라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중 금리도 상승하게 되고, 기준금리를 낮추면 시중 금리도 떨어지게 된다.

기준금리의 상승과 하락은 경기와 물가 등에 영향을 미친다.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금리가 낮아지면 예금수익의 하락과 대출증대로 시중에 돈이 풀리게 되고 이는 내수활성화 등 경기에 영향을 준다. 대신 물건의 가치가 떨어져 물가상승을 부추기고 가계부채를 악화시킨다. 기준금리 인상은 이와는 반대로 물가안정 대신 경기둔화의 가능성이 있다.

물가가 안정되고 경기가 침체된 경우 기준금리 결정은 단순해진다. 물론 이외에도 대외경제 여건 등 여러가지 사항을 고려해야하지만 이 경우에는 보통 금리 인하를 예견한다. 물가불안과 경기안정의 상황에서는 반대로 금리인상이 고려된다.

하지만 그간 국내 사정은 높은 물가상승 속 경기불안 요인이 꾸준히 존속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때문에 물가와 경기에 강한 쏠림현상이 부재한 상황에서 기준금리는 1년간 동결에 머물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시장과 전문가들은 지난해 6월 금리인상의 적기였음에도 이를 결정치 못한 한은이 결국 통화정책의 폭을 좁혀놨다며 맹비난을 해왔다. 특히 이같은 실기론은 지난 1년간 경기불안과 물가상승이 반복될 때 마다 한은의 발목을 잡아왔다.

금통위의 7월 금리인하가 가능했던 것은 국내 물가상승률은 2%대로 떨어진 반면 글로벌 경기하락의 여파로 내수와 수출 모두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총재는 이에 대해“GDP갭을 추산해본 결과 작년엔 플러스(+)였지만 앞으로 당분간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선제 통화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과 전문가들은 특히 우리 경제의 ‘뇌관’이라 할 수 있는 가계부채 문제를 외면했다는 점에서 비판적이다.

실제로 올해 3월 기준 가계부채 총액은 911조 원이다. 이 가운데 100조 원의 만기가 연말이다. 정부는 가계부채 문제를 연착륙시키기 위해 연일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 저신용자 신용등급 세분화 등 강도높은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번 금리 인하 결정으로 가계부채 연착륙은 더욱 쉽지 않게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 총재는 이에 대해“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내리면 가계부채 증가율이 3년간 매년 평균 0.5%포인트 늘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심층적으로 분석했을 때 (가계부채 부담은) 줄어들면서 경제 성장은 확대된다”고 밝혔다.

그는“심층적인 분석이라는 것은 금리 형태, 성장경로, 저축경로 등으로 금리 형태의 경우 누적된 대출의 95%가 변동금리이기 때문에 금리가 낮아지면 가계부채 부담은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이어“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 올해 GDP는 0.02%, 내년에는 0.09% 오르는 효과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총재는 또한“저축경로 역시 금리가 떨어지면 저축을 안 하고 소비가 늘어 가계부채가 늘어나지만, 현재 가계저축률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주택담보대출은 가격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주택시장에선 금리 인하의 부정적 효과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금통위가 가계부채와 물가보다는 국내외 경기침체를 우려해 금리를 내렸다고 본다”면서“어떤 논리가 있더라도 가계부채와 물가 압박이 거세지면 한은의 금리ㆍ통화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가계부채는 이미 은행을 넘어 제2금융권의 연체율 상승으로까지 전이된 상황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악화가 명약관화한 상황에서 김 총재와 금통위의 금리인하 결정은 결국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결국 금리를 동결해도 올려도 통화정책에 대한 비판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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