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부장은 자신의 외부저장장치에 보관된 전자파일들을 삭제전문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모두 삭제해 버렸다. 더구나 공정위 조사관이 PC파일을 조사하다 외부저장장치에 저장시킨 사실을 확인하고 동 파일을 삭제하지 말도록 수차례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삭제하였다.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에 소속된 세계적인 기업이 이런 짓을 했다니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재벌기업들의 공정위 조사방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공정위의 조사를 방해했던 기업들을 보면 하나같이 재벌기업들이다. 그동안 공정위의 조사를 가장 많이 방해한 재벌그룹은 삼성그룹으로 모두 5회이고, 이중 삼성전자가 3회이다.
현대차그룹과 CJ,SK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이들 중 어느 기업도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에서 공정거래조사를 방해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이들이 이처럼 공정위의 조사를 방해하거나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치밀한 영리적 이해타산을 했을 것이다. 조사를 받으면 법 위반사실이 들어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엄청난 과징금을 부과받게 될 것이 명백한 데 조사를 방해하면 공정거래법상 과태료 처분밖에 할 수 없게 되어 있고, 과태료라고 해봐야 고작 2억원이 최고이니 수십억원 아니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얻어맞느니 아예 조사를 방해하여 과태료를 내는 것이 이익이라는 약은 계산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라 할 지라도 최소한의 기업윤리나 사회적 사명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공정위 조사관은 시장에서 경쟁의 규칙을 위반한 사업자들을 감시하는 심판관이다. 이들의 적법한 공무집행을 사익추구를 위해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거부한다면 이런 기업은 우리시장에 존재할 가치가 없다. 시장의 반칙을 감시하는 심판의 감시활동을 방해하는 것은 운동경기에서 심판의 눈을 가리고 감시활동을 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반칙을 저지르는 선수를 경기장에서 퇴장시키듯이 공정위의 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마땅할 것이다.
걸핏하면 공정위 조사를 방해하는 우리 재벌기업의 이런 행태가 방치되어서는 안된다.
우선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강력한 법적 장치가 조속히 보강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과태료 처분만으로는 안된다. 과태료의 상한을 올린다고 해결 될 문제도 아니다. 조사방해를 한 임직원과 법인을 형사처벌 하고 그 형량을 무겁게 하는 법 개정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조사방해를 한 기업은 법위반 사실을 숨기고자 하는 것이 분명하므로 조사관을 대거 투입하여 전방위 조사를 실시하여 모든 법위반을 발본색원하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조사방해를 하면 안 되겠다는 인식을 확실하게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조사방해에 대한 공정위의 솜방망이 조치도 문제이다. 그동안 수없이 되풀이 되어온 대기업들의 조사방해에 대해 과태료라는 솜방망이 처벌만을 되풀이해온 결과 오히려 다른 기업들에게 공정위 조사는 법위반이 적발되어 과징금을 부과 받느니보다 조사방해하여 과태료를 부과받는 것이 오히려 이득이라는 것을 홍보해주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조금이라도 손익계산을 할 줄 아는 기업이라면 당연히 법위반을 적발 당하는 것보다 조사방해 쪽을 선택할 것이다.
이번에 엘지전자에 대한 처벌도 솜방망이이긴 마찬가지이다. 법상 조사방해에 대해서는 법인은 2억원 임직원은 5천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데 무슨 이유인지 법인인 엘지전자에 5천만원, 조사방해한 부장과 과장에게는 5백만원에서 천5백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데 그쳤다. 조사방해 행위는 법정 최고한도로 과태료를 부과해도 오히려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대기업의 오너들도 말로만 공정거래를 외치지 말고 철저히 사내준법교육을 시키고 조사방해를 한 임직원에게 엄중히 책임을 묻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