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 치료제의 사회학]고개 숙인 남성…고개 든 性담론

입력 2012-07-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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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그라 등장 후 '남성 질환' 공론화…치료제 시장 커지며 오남용 부작용도

고개 숙인 남성들의 남모를 고민,‘발기부전’. 이 네 글자를 둘러싼 담론이 2012년 한국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발기부전은 성생활에 충분한 발기가 되지 않거나 유지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발기부전으로 정의한다.

야릇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단어이지만 더는 입에 담기 부끄러운 말이 아닌, 사회적인 이슈로까지 확대된 모습이다. 과거에 비해 성(性)문화가 상당히 개방되면서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남편 혹은 애인의 발기부전 때문에 고민을 상담하는 글이 넘친다. 술자리, 회식자리에서도 발기부전은 공공연한 안줏거리가 됐다.

그 촉발점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로 ‘블루 다이아몬드’, ‘마법의 푸른 알약’이라는 다양한 애칭을 가진 비아그라의 등장이다. 비아그라의 개발과 출시는 많은 이들의 성적인 삶을 더욱 긍정적이고 열정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적 쾌락과 만족이 인간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비아그라 이전 발기부전은 음담패설에서나 등장하는 화제였다. 때문에 성 기능 치료는 정력제로 소문난 음식을 통한 간접적 치료에 의존해왔다.

발기부전치료제 시장도 불붙기 시작했다. 국내에는 비아그라 시판 후 현재 국내외 제약사가 개발한 6개 신약이 출시됐고 관련 시장 규모도 연 1000억 원대로 급속히 성장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발기부전약의 천국이라 일컬어진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경제난으로 스트레스가 심해지면서 발기부전으로 고민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는 탓이다. 더욱이 최근 비아그라 물질특허만료로 값싼 복제약이 쏟아지면서 약 처방을 위해 병원을 찾는 남성들의 발길은 더욱 잦아지고 있다. 조루증, 전립선질환, 갱년기 등 성기능 장애 질환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혹자는 이를 남성 성문화에 대한 담론이 확산될 수 있는 ‘호기’라고 해석한다. 또 발기강직도가 개선되면 부부간의 성적 트러블이 해소돼 가정불화, 나아가 이혼까지 방지할 수 있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급격히 커진 관심 탓에 부작용도 만만찮다. 가장 큰 문제는 오남용이다. 아직까지 발기부전 치료제를 정력제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 것이 그 배경이다.

발기부전을 둘러싼 웃지 못할 천태만상도 펼쳐지고 있다. 접대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요즘 영업맨들에게 최고의 인기 답례품(?)은 발기부전약이 됐다. 심지어 여러 병원을 돌면서 선물용으로 100알을 처방받는다는 말도 들린다. 발기부전약을 용량 외로 과다 복용한 나머지 병원에서 피를 뽑는 처치를 받고서야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는 사연도 있다.

발기부전은 자연스런 노화의 한 현상이다. 최근 한 대학병원 연구에 따르면 40세 넘긴 국내 남성환자 3명중 2명 발기부전 등 성기능장애를 겪고 있을 정도라 한다. 발기부전 극복을 위한 건전한 성문화 정립을 위해서는 부부간의 대화가 필수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발기부전 증상에 대해 배우자와 터놓고 얘기하지 않으면 남성 본인에게는 불안감, 걱정이 더욱 커지고 이 때문에 발기부전 증상 또한 심화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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