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출신 '찬밥 신세'에 운다

입력 2012-07-26 09:39 수정 2012-07-2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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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특성화고체제…‘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

말이 좋아 특성화고지 기존 실업계와 뭐가 달라

대기업 취업이후 차별대우…오히려 고졸 퇴직자만 늘어

“말이 ‘학력 타파 사무직’이지, 고졸 출신 타이틀이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니는 기분입니다.”

특성화고 출신인 김진영(20·가명·여)씨는 지난해말 세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대기업에 당당히 입사했다. 하지만 고졸에 대한 편견이 팽배한 이곳에서 노골적인 차별대우를 받고 있어 퇴사를 고민할 정도다.

김 씨는 “6개월도 지난 지금 중요한 문서 처리 한 번 해본 적이 없으며 팀원들과 식사할 때도 같은 공간에 있다 뿐이지 혼자 먹는 기분”이라며 “이런 상황 속에서 퇴사를 고민 안했다면 거짓말이며 특성화고를 택한 것에 대한 후회도 많이 했다”고 하소연했다.

대졸 출신 대기업 직원의 말도 이들의 고충을 대변해준다. A기업 마케팅 부서 박상진(41·가명·남) 과장은 “솔직히 말하면 회사의 중간관리자로부터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실업계 학생을 단순 업무가 아닌 중요한 팀프로젝트에 투입시키라는 지시가 떨어진다면 거부할 것이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전문 산업 인력 양성을 위한 특성화 고교의 설립 취지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정부는 ‘위풍당당 고졸시장 정책’을 통해 특성화고 출신 학생들의 취업률 높이기에 힘을 실었고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라디오 연설을 통해 ‘학력차별 없는 사회’를 강조했지만 현실은 가혹하다.

기업들의 ‘학력을 타파한 고졸 채용’이 초반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취업만 부추겼지, 취업 이후에 벌어지는 모든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 정책에 불과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꾸준히 높아지는 특성화고 취업률에 대한 허구성도 문제다. 대통령 자문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발표한 특성화고 취업률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63.6%에서 6개월 만인 올해 4월에는 89.7%까지 높아졌다. 수치는 높아졌지만 실제로 취업 의뢰기업 10곳 중 7~8곳은 2교대 근무에 최저임금 적용, 단순 노동업무가 상당수다.

한 특성화고 졸업생은 “말이 좋아 특성화고지, 사회에 나가면 아파트 전기, 경비, 공장 생산직 등 단순업무에 종사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중소기업청 등 정부부처는 특성화고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맞춤형 기술기능인력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지만 현실과의 괴리감이 크다.

경기도에 위치한 특성화고 자퇴생 최희철(19·가명·남)군은 “특성화고와 기존 실업계고와 다른 게 뭔지 모르겠다”며 “특성화고가 전문직 종사자를 배양하는 입시교육 대안이라 볼 수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교과 과정을 통해서 실무적 지식을 배우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 발표와 달리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취업보다 진학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성화고가 전문고등학교라고 해도 사회적 편견 때문에 결국 입시 경쟁을 택하는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발표한 2010년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특성화고 졸업생 중 진학자의 비율은 72.9%(취업자 19%, 기타 8.1%)로 취업자 비율을 크게 상회했다. 지난해에도 전체 특성화고 졸업생 11만4690 명 중 진학자는 6만9944명으로 취업자 2만9756명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서울에 위치한 한 특성화고 교사는 “특성화고 문제는 너무 많아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다”며 “일례로 정부 예산을 시설물 등 보여주기 식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어 실질적으로 학생들은 체감도가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법이 자꾸 바뀌어 혼란만 야기하는 것도 문제”라며 “지난해에는 또 초중등교육법이 바뀌면서 일반고, 자율고, 특목고, 특성화고로 재편돼 올 초까지 자신의 학교가 특성화고인지 조차 모르는 학교들이 태반이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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