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 어디까지] 동유럽 심장부 ‘러시아’도 전염

입력 2012-07-26 10:56 수정 2012-07-2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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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RD, 러시아 경제성장률 전망 하향…유로존 위기에 가장 취약

유로존(유로 사용 17국)의 재정위기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정위기는 역내 3, 4위 경제국인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문턱을 넘어 동유럽의 심장부까지 확산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와 3.3%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 보도했다. 앞서 EBRD는 지난 5월 시점에선 러시아 경제가 올해 4.2%, 내년 4.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EBRD는 “러시아는 유로존 위기에 가장 취약한 나라”라고 지적했다. 원유를 비롯해 러시아 경제를 지지하던 원자재 가격이 유로존 위기로 압박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피로스카 나기 EBRD 국가 전략 및 정책 책임자는 “부정적인 영향이 동쪽에 이르렀다”며 “특히 러시아는 원자재 가격 하락과 리스크 선호 심리 약화가 전반적으로 영향으로 미쳤다”고 말했다.

앞서 EBRD는 지난해 10월부터 중유럽 8국·남동부 유럽 7국 및 발트해 연안 국가의 경제전망을 하향 조정했지만 러시아에 대해선 기존 수치를 유지했다. 신흥 시장의 성장으로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 에너지 수출 의존도 높은 러시아가 유로존 재정위기로부터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유로존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러시아도 더이상 안전지대일 수 없는 지경에 처한 셈이다.

현재 유로존 위기의 태풍의눈이 된 스페인은 전면 구제금융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고조되면서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일 7%대를 경신하고 있다.

이탈리아 역시 나폴리 등 10개 도시가 재정부실로 파산위기에 처하면서 구제금융설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25일에는 미국 신용평가사 이건-존스가 이탈리아 국가 신용등급을 종전의 ‘B+’에서 투기등급인 ‘CCC+ ’로 낮췄다.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해 추가 강등 가능성도 열어뒀다.

독일도 최고 등급을 잃을 위기다. 무디스는 독일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한데 이어 25일 6개 지방정부와 17개 은행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역내 주요국들이 연쇄 위기를 맞으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로존이 조만간 붕괴될 것이라는 비관적 관측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지난 23일 “유로존의 종말이 시작됐다”면서 “그리스는 2013년까지 유로존을 탈퇴하고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유럽중앙은행(ECB)의 불충분한 도움을 받은 뒤 구제금융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기의 진원인 그리스는 지난 24일부터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 ECB 등으로 구성된 이른바 ‘트로이카’실사단으로부터 구제금융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점검을 받고 있다. 실사단은 그리스의 이행 여부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그룹은 그리스가 향후 12~18개월 사이에 유로존을 탈퇴할 가능성이 90%에 이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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