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이 무너진다.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도 “삼성 미래는 신사업·신제품·신기술에 달려 있다”며 “실패는 삼성인에게 주어진 특권이며 도전하고 또 도전해야 한다”고 했다.
노키아와 소니 등 글로벌 1등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먹거리 발굴은 기업 생존의 필수요소로 자리잡았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매순간 새로운 것을 생각하며 앞을 보고 달려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에 머무르는 순간 도태되기 마련이다.
◇ 기업의 틀을 바꾼다= 삼성SDI는 변신의 귀재로 불린다. 위기의 상황마다 업을 변경해 살아 남았기 때문이다. 브라운관에서 PDP로, 다시 2차전지 업체로 변신에 성공한 후 이번엔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박상진 삼성SDI 사장은 지난 5월 창립기념일 행사에서 “2차전지와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중심의 사업변화에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핵심 성공요인을 발굴, 총력을 집중하기 위해 ‘업의 개념’을 재정립해 추진한다”고 대내외에 선언했다.
삼성SDI는 전기차용 배터리와 태양광, 대용량 전력저장장치(ESS)용 배터리를 3대 신사업으로 삼았다.
아직까지 3대 신사업은 삼성SDI 전체 매출에서 2~3% 정도로 미미하지만 2015년에는 28%, 2020년에는 무려 71%로 껑충 뛸 전망이다.
섬유와 패션으로 커 온 제일모직도 글로벌 상황에 맞춰 ‘전자재료·케미칼’기업의 면모를 다지고 있다.
제일모직은 회사의 신성장 동력으로 전자재료와 케미칼 사업을 선택하고 에이스디지텍을 흡수합병하고 삼성전자 등 그룹내 주요 계열사와 협력을 강화해왔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의 판매 호조에 맞춰 폴리카보네이트(PC) 생산 규모를 2배로 늘리는 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공업용 고기능 플라스틱) 사업 확충에도 나섰다.
특히 이서현 부사장이 화학 공장 준공식에 처음으로 참석하며 관심을 끌었다. 제일모직의 패션 부문을 기획·총괄하고 있는 이 부사장이 주력 사업인 화학·전자재료 부문으로 경영 수업의 보폭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인수합병(M&A)으로 승부수 = “초일류 100년 기업을 향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와 인수합병(M&A)에 나서겠다.”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한 말이다.
최근 성장이 정체 국면에 이르자 대기업들이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M&A를 적극 시도하고 있다. 새로운 분야에 진입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지난 3월 3조3747억원을 투자해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했다. 에너지와 통신을 양대 축으로 내수 산업에 집중하던 SK는 하이닉스 인수를 계기로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기업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 편입이 끝나자 지난달 이탈리아의 플래시 메모리 회사인 아이디어플래시를 사들였고 이달 초 미국의 시스템반도체 회사인 LAMD를 인수하며 차세대 성장동력인 낸드플래시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인 CSR의 모바일 부문을 인수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우남성 사장은 “이번 M&A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삼성전자가 해외에서 벌인 가장 큰 규모”라며 “향후 스마트 기기 무선 연결 분야에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외국 기업을 인수한 것은 올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다.
최근 ㈜LG와 LG전자·LG화학 3개사는 공동으로 영국 롤스로이스에서 연료전지 연구법인인 롤스로이스퓨얼셀시스템스 지분 51%를 4500만달러(약 519억원)에 매입했다. 이를 통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 진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뭉쳐야 산다 = 여의도 LG트윈타워 사옥에는 현대 쏘나타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전시돼 있다. 이 자동차에 LG화학의 배터리가 장착됐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전기차 배터리 기술이 실제 자동차에 어떻게 장착되고 전기를 만들어내는 지 보여주기 위해 투명카로 교체됐다. 현대차와 LG가 신사업을 위해 협력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두 그룹은 친환경 업무 협약을 맺고, 판촉·전시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하이브리드카 저변 확대에 공동으로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종합소재기업으로 발돋움 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과 탄탄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3일 삼성전자와 전자제품 외장재를 비롯한 신소재 공동 개발 및 제품 적용을 골자로 하는 MOU를 체결했다.
포스코와 삼성전자는 향후 철강·비철 및 신소재 분야에 대해서 소재 개발 단계부터 공동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기술적 측면에서 신소재 개발 및 공급을 맡고, 삼성전자는 기존 제품과는 차별화된 소재를 채택해 제품을 디자인함으로써 전자제품 업계에서 시장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는 지난 5월 GE와 에너지 및 인프라 분야 협력을 위한 전략적 제휴도 맺었다. 이를 통해 에너지플랜트용 강재 개발에 기존에 사용하던 합금강·단조강을 대체 소재로 개발·공급할 예정이다. 회사는 2020년까지 연간 8000만 톤 규모의 수요가 예상되는 에너지플랜트용 강재 시장을 선점하고, 공급과잉 우려가 팽배한 현재의 철강시황을 극복하겠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