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부자들]조경이 잘 된 집이 더 비싸다

입력 2012-07-26 21:36 수정 2012-08-0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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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에 대한 인기에서 알 수 있듯이 같은 건물이라도 어떤 것이 더 조경이 잘 되어 있느냐에 따라 건물 값이 천차만별이다.

숨가쁜 도시생활에서 사람들이 거주하고 생활하는 공간을 순화하는 데 자연 만큼 좋은 치료방법은 없다. 또 자연을 우리 주변에서 가까이 접할 수 있게 하는 방법 중 하나가 정원을 가꾸는 것이다. 조경은 도시환경 개선 차원을 넘어 운동-오락-휴양-교육-산책-보건-위생 등 다양한 분야와 깊이 연관돼 있다.

조경은 시각적 형태의 조화라는 시각적 이점 외에 기후 및 대기질 개선 등 지구 환경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 조경을 종합예술로 부르는 것은 독립된 분야가 아니라 건축-설계-인테리어-조명-음향-조형 예술물과 긴밀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서양의 경우 건물을 신축할 때 조경가, 건축가, 설계 담당자가 사전에 서로 만나 의견을 조율한다. 공간의 효율성과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건축 따로, 인테리어 따로, 조경을 따로 할 경우 그만큼 비용이 높아지게 된다.

야외 파티장에 조명을 설치할 경우 화단은 물론 공간 장식물을 더 돋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음악-음향 효과를 가미할 경우 감동과 느낌은 배가된다.

유럽 모델 정원을 가보면 대부분 화초와 나무들만 식재돼 있는 것이 아니라 오브제(공간 장식물)와 조각작품이 한 데 어우러져 있다.

조각가들도 모델 정원을 상설 작품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예술품이 화랑에만 전시되기 보다는 야외에 그것도 푸른 숲을 배경으로 했을 때 더 뛰어나 보인다.

경관과 조망권의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경관의 가치와 조망권이 사회적 이슈가 된 것은 불과 10년전이다. 이제는 한강변에 좋은 조망권을 확보한 아파트 값이 오르고 너나 할 것 없이 조망권이 좋은 아파트를 선호하는 시대가 됐다.

요즘에는 자연을 닮은 아파트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단지내에 실개천이 흐르는 아파트들이 많아지고 있고, 베란다 조경을 한 아파트들도 자주 볼 수 있다.

경기도 용인 기흥주택단지에 가보면 수채화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대저택과 고급빌라들이 몰려 있는 이 곳은 앙드레김이 생전에 둥지를 틀며 “가장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장소”라고 극찬했다.

단지내 고급저택의 가격은 많게는 80억~30억원의 대저택에서부터 작게는 8억~6억원 사이의 타운하우스도 군락을 이루고 있다.

# 1000원짜리 묘목이 10만원 짜리 나무가 되는 법

60~70년대 경제개발과 더불어 삶이 전보다 풍요로워 지면서 관상수 수요는 급격하게 늘었다. 여기에 경부고속도로 등 국가동맥사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면서 고속도로변 녹화, 절개지 녹화사업은 활발해졌고, 여기에 들어가는 수종을 확보한 사람들은 큰 돈을 벌 수 밖에 없었다. 공원 및 공업단지 녹화 사업에도 많은 나무가 필요했다. 녹지공간의 절대적인 확보가 시급한 가운데 조경용 관상수에 대한 인식도 기존의 조경 미관 의미를 넘어 위생 보건 기능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80년대 들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개최로 또다시 관상수 붐이 일었다. 나무는 다른 공산품과 같이 주문이 폭주한다고 해서 밤샘작업을 통해 제품을 생산할 수 없다. 멀리보고 미리 준비를 하는 자만이 승리를 할 수 있다.

평창이 오는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됐다. 이번 일을 단지 스포츠인의 축제로만 봐서는 오산이다. 동계 올림픽이 나무와 무슨 관련이 있겠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성공한 동계 올림픽 장소는 향후에 유명 관광지가 변모한다. 해외 관광객들이 더 늘어날 것이고, 이들 손님맞이를 위해 가로변과 도시를 꾸미는 작업은 더 활발해질 것이다. 단지 강원도 평창에만 한정이 되지 않는다. 고용인구 창출에 그치지 않고, 국가 브랜드 향상에 따른 국내 기업 제품의 가치가 올라가듯이 국내 주요 도시와 관광지 또한 새롭게 조명을 받을 것이다.

한류 열풍이 이를 증명해준다. 한류에 대한 아름다움과 가치가 재조명을 받듯이 우리 나무 수종이 각광받을 날이 멀지 않았다.

지난 7월 한 지상파 방송에 세계적인 미술관들이 한국작가들의 작품에 주목하고 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이명호 사진작가는 “그저 나무 한 그루 뒤에 흰 광목을 대고 사진을 찍었을 뿐”이라고 말하지만 하얀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린 것처럼 신비한 모습이 외국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다. 평범한 나무를 비범한나무로 만드는 시선. 미국 게티 미술관 등 세계적인 미술관들이 이명호 작가의 작품에 충격적이라며 극찬을 보낸 이유다.

“(나무가) 30년동안 나를 만나기 위해 기다렸구나 그런 생각들도 들었습니다. 전율들을 느끼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것은 이제 더 이상 평범하지 않다. 그동안 주목을 받지 않았을 뿐이다.

도시의 품격을 높이고 가꾸는 작업이 계속되면서 우리나라 고급 수종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다. 미래를 꿈꾸며 내일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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