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의 증시 좌충우돌]금투업계 CEO 이유있는 항변

입력 2012-07-2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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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증권부 팀장

경기침체와 증시불황, 과당경쟁으로 인한 수익 감소로 이대로 가다간 금융투자업계가 고사직전에 처할 것이라는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각종 규제정책과 공정위원회의 증권사 국민주택채권금리 담합과 CD금리담합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마치 금융투자업계가 벼랑 끝에 내몰린 형국이다.

그동안 금융 감독당국이나 정부의 눈치만 보던 증권사 수장들도 이젠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 이상 물러 설 곳이 없기 때문이다.

A증권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파생상품거래세 도입 추진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파생상품거래세를 받을 경우 다른 경쟁시장과 비교해 열의에 빠질 수 있고 시장발전에도 독이 될 수 있다”며 “파생상품거래세 대신 자본이득세를 받는 방안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열린 권혁세 금융감독원장과 금융투자회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예년과 달리 CEO들이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성토장이 됐다.

당시 증권사 CEO들은 증시 활황기에 만들어졌던 과도한 규제로 현재와 같은 증시 침체에서는 금융투자업계 공멸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분위기를 권 금감원장에게 전했다. 구체적으로 신용공여한도 완화와 콜차입 규제 완화,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 반대 등 증시활성화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건의했다.

최근 공정위가 조사하고 있는 증권사 국민주택채권금리 담합과 CD금리 담합 의혹에 대해서도 강한 반발을 나타내고 있다. 주택채권 담합과 관련해서는 증권사 CEO들이 과징금 부과 시 공동으로 행정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CD금리 담합 의혹에 대해서도 CEO들이 수십년간 관행적으로 이뤄진 일에 대해 갑자기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공정위와 맞서고 있다.

박종수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금융투자업계를 대표해 최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하루쯤 CD금리고시를 하지 않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 보고 싶은 심정”이라며 공정위 조사에 강력히 반발했다. 특히 박 협회장은 “회원사가 금리고시를 안했을 때 제재 방법이 없어 문제가 생겼을 때 과연 누가 책임 질 것인가”라며 금리고시 보이코드까지 불사하겠다는 분위기를 나타냈다.

이 처럼 금융투자업계 CEO들은 고사 직전에 놓인 자본시장에 막가파식으로 밀어붙이는 정부의 규제수단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생존의 문제로까지 직결된 상황에서 CEO들이 더 이상 과거처럼 정부의 눈치를 볼 여유가 없어진 것이다.

현재 국내증시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청산가치보다 하회한 주가수준을 보이고 있다. 주식거래도 급감하고 있어 대형사들만 그동안 벌어둔 돈으로 버틸 수 있는 상황까지 왔다. 증시 침체가 이대로 지속될 경우 중소형사들 대부분이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다.

더 이상 정부나 국회는 규제 중심의 정책이 아닌 시장을 살릴 수 있는 정책으로 선회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규제완화가 절실한 시기에 시류를 역행하는 정책으로 시장을 죽이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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