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악화일로다. 올 상반기(1~6월)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내수 부진으로 소비지표가 일제히 부진을 보인 것. 일본 경제를 지탱해오던 내수와 수출이 동반 부진을 보이면서 기댈 곳이 점점 사라지는 모양새다.
27일(현지시간) 발표된 6월 소비지표는 일제히 예상치를 밑돌았다. 6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0.2%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0.2%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같은달 소매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 늘어나는 데 그치며 작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 역시 전문가 예상치 1.1%를 크게 밑았다.
JP모건증권의 아다치 마사미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지표는 일본 경제가 모멘텀을 잃고 있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외수가 부진한 가운데 소비지표가 예상 외로 악화한 것은 일본 경제가 더이상 기댈 언덕이 없어지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25일 발표된 상반기 무역적자는 2조9158억엔이었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1979년 이후 최악이다. 수출이 소폭 증가하긴 했지만 원자력 발전소 가동 중단으로 화력발전용 연료 수입이 크게 늘어 적자 규모가 커졌다.
상반기 수입액은 총 35조5113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했다. 반면 수출은 32조5955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늘어나는데 그쳤다. 재정위기 영향으로 유럽 지역 수출이 줄면서 증가율이 둔화했다.
일본 경제에서 소비는 부진한 글로벌 수요와 대지진 피해 여파를 지지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내수와 수출이 같이 뒷걸음질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실정이다.
아즈미 준 재무상은 “정부가 8월13일 발표되는 분기 국내총생산(GDP) 실적을 확인한 후 추가 부양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토 다카토시 전 재무상은 “엔고를 저지하기 위해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유로를 매입하는 식으로 환율 개입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5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엔에 대한 유로 약세가 초래하는 위기를 실감해야 한다”면서 일본은행이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지난 3월 이후 엔은 달러에 대해 6% 이상 상승하며 일본 경제의 원동력인 수출 기업들의 실적을 압박했다.
NLI연구소의 우에노 쓰요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엔고는 디플레이션 탈출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일본을 더 힘들게 만든다”며 “일본은행이 정한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 우려되고 추가적인 정책 당국의 조치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