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이문수 고대 구로병원 교수 "좋은 부모가 되는 지름길"

입력 2012-07-30 10:17 수정 2012-07-3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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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 정신과 의사로 진료를 하다 보면 많은 질문을 받게 된다. ‘예전에는 큰 고민 없이도 여러 명의 자녀를 잘 키웠는데, 아이들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이토록 고민할 필요가 있는가’하는 것이다. 답은 “지금은 그렇다”이다. 그만큼 세상이 변화고 교육 환경이 달라지면서 이제는 양육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과거엔 대가족 제도가 보편화돼 자녀의 양육방법에 대한 정보를 가까이에서 구할 수 있었고 아이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어론도 여럿이었다. 하지만 친척들의 존재감도 과거에 비해서 많이 옅어졌으며, 이제는 핵가족화 되어 아이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어른들이 적어졌다. 그만큼 부모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부지런하게 정보를 습득해야 하는 세상이 된 셈이다.

하지만 넘쳐나는 정보에도 직접 진료 현장에선 아직도 자녀와 부모 사이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가족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주로 부모들이 아이가 본인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을 참을 수 없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부모들은 한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자녀는 원래 본인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독립적인 인격체’라는 점이다.

과거와 달리 형제자매의 숫자는 줄어들었고, 부모가 자신이 인생에서 이루지 못한 목표를 소수의 자녀가 대신 이뤄주기를 원하게 되면서 아이들은 극심한 경쟁을 강요받고 있다. 문제는 학업이나 취업 등에서 자녀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부모는 자신의 인생마저 영원히 실패했다고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부모와 자녀간 갈등의 골을 더욱 깊어지기도 한다.

의사소통의 기본은 ‘타인에 대한 존중’이다. 아이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나무라기 전에 부모 스스로가 자신의 감정 조절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 아이가 어떠한 꿈을 가지고 있는지 귀기울여 듣고 함께 목표점을 찾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말을 듣기보다는 하기를 좋아하는 존재다. 부모가 진정성을 갖고 아이의 말에 귀기울인다면 아이가 먼저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섣불리 판단하려 하거나, 부모가 원하는 대로만 강제하려 하고 반복적으로 혼내기만 한다면 아이는 말문을 닫아버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아이는 성장하는 존재이고, 결국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생활하게 돼 있다. 아이가 모든 것을 부모가 정해 준 대로 하다보면 문제 해결 능력을 배우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부모가 계획을 세워줄 수 없거나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는 극도로 심한 좌절감을 경험하게 될 우려가 있다. 여기서 올바른 부모의 역할이 무엇인지 정답을 찾을 수 있다. 부모는 아이가 자신의 의지대로 목표를 항해 실천하고 스스로의 감정을 다스리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한편, 잠재적인 능력을 키워줘야 하는 것이다.

아이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상담하러 오는 부모들에게 항상 이렇게 조언한다. 답은 가까운데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막상 조언을 실행해 옮기기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들도 꾸준히 올바른 역할 정립을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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