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뽀]복날 먹은 삼계탕, 혹시 브라질産?

입력 2012-07-30 10:45 수정 2012-07-3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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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급등 틈타 '국산' 둔갑시킨 유통업체 적발…치킨집도 벽·테이블 메뉴판 표시 제각각 '혼동'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나왔습니다. 거래 내역서 좀 보여 주세요.”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닭고기 판매장. 농산물품질관리원(품관원) 단속반이 A 닭고기 유통업체를 급습했다.

유통업체 공터에는 브라질산 닭고기 포장박스 100여 개가 방금 도착한 듯 냉기를 뿜으며 냉동고 입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중복을 하루 앞둔 지난 27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기동단속반이 닭 유통업체에서 원산지 표시 위반 여부를 단속하고 있다.
이날 단속에 나선 품관원 기동단속반은 모두 3명, 이들은 각자 맡은 메뉴얼데로 신속히 움직였다.

한 명은 카메라로 냉동고 체층을, 다른 한 명은 회사 사무실에서 거래 내역서를 출력했다. 또 다른 한 명은 냉동 창고를 이 잡듯 샅샅이 뒤져 원산지가 허위로 표시된 포장육을 찾아냈다.

단속반이 냉동고를 세밀히 살필수록 자신만만했던 유통업체 책임자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 갔다. 급기야 영하의 냉동고 안에서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선생님, 이게 뭡니까? 여기는 원산지가 한국으로 돼 있네요? 이거 브라질산 아니에요?”

몇 초간의 침묵이 흐른 뒤 판매업자는 원산지 허위표시를 시인했다.

“죄송합니다. 소매상 중에 원산지를 바꿔 달라는 곳이 많아서…”

이날 단속에 적발된 업체는 서울 시내 100여 곳의 치킨, 분식, 피자 매장에 하루 평균 100kg의 닭고기를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원산지 표시 위반은 도매상 뿐만이 아니었다. 적발된 도매상과 인접한 한 치킨 가게는 벽에 붙인 메뉴판의 원산지와 테이블 메뉴판 원산지가 상이해 단속반에게 주의조치를 받기도 했다.

이 가게는 벽에 붙인 원산지 표시에는 “국내산 닭고기만을 취급합니다”라고 표기했지만, 테이블 메뉴판에는 각 메뉴의 원산지를 별도로 표시해 소비자 혼동을 일으켰다.

한여름 야외 활동과 삼복을 맞아 닭고기 수요가 급등하는 틈을 타 미국 등 수입산 닭을 국내산으로 속여 부당이득을 챙기려는 업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 상반기 1월부터 6월까지 닭고기 원산지 표시 위반건수는 모두 68건, 23t이 적발됐다. 이중 형사처벌 대상인 원산지 거짓표시는 46건, 과태료 부과 대상인 원산지 미표시는 22건에 달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기동단속반 관계자는 “업자들이 원산지를 속이는 이유는 수입산 닭고기의 경우 3500원~4000원 가량에 판매되지만, 국내산으로 원산지를 바꿀 경우 이보다 1000원이 더 비싼 4500원~5000원까지 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거래명세서는 6개월분을 보관하고 단속 시 반드시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지난 16일부터 8월 10일까지 유통업체, 관광지, 해수욕장 등 휴가철 소비자가 많이 이용하는 판매업소를 대상으로 원산지 표시 일제 단속을 실시하고 있으며, 지난달 까지 적발된 원산지 표시위반 품목의 경우 돼지고기(584건), 쇠고기(413건), 배추김치(389건), 쌀(246건), 화훼류(91건), 표고버섯(73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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