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일 전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부터 2011년 8월까지 담합사건 자진신고로 감면금액 6727억원이 발생했고, 이중 대기업이 감면 받은 액수는 3891억원로 57.8%를 차지했다.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이 담합도 주도한 후 리니언시 혜택까지 싹쓸이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공정위가 개인보험 상품(종신보험, 연금보험, 교육보험 등)의 이율을 담합한 16개 생명보험사에 지난해 10월 과징금 3653억원을 부과한 사건에서도 이를 확인해 볼 수 있다.
담합의 주축이 돼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 받은 삼성생명(1578억원)과 교보생명(1342억원)이 자진신고로 과징금을 각각 50%, 100% 감경받은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국제적으로 브라운관유리(CRT) 가격을 담합한 삼성코닝정밀소재 등 한국과 일본 4개 제조업체가 공정위에 적발됐다. 이들 업체는 1999년 부터 2007년까지 최소 35회 이상 담합회의를 열어 가격 설정과 거래 상대방 제한, 생산량 감축 등을 합의하고 실행했다.
하지만 주도적 역할을 하고 전세계 CRT 시장에서 점유율이 가장 높은 삼성코닝정밀소재는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해 과징금 324억5200만원 전액을 면제 받았다.
올 1월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탁기, 평판TV, 노트북 등 전자제품 가격을 담합한 사실이 적발됐으며 두 업체 모두 자진신고 지위를 인정 받아 과징금이 각각 50%, 100% 줄었다.
최근에도 담합 주도 업체가 자진신고 혜택을 독식하는 경향은 이어지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5일 농협중앙회에 납품하는 계통농약 가격을 담합해 제품 단가를 올린 9개 농약 제조·판매업체에 과징금 총 215억9100만원을 부과했다. 역시나 업계 1, 2위인 동부하이텍·동부한농(현 동부팜한농)업체가 자진신고를 해 과징금을 대폭 감면 받았다.
심지어 반복적으로 담합을 주도하고 나서는 불성실하게 리니언시를 해 자진신고 지위를 박탈당한 사례도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LS 등 35개 전선업체가 한국전력공사의 전력선 입찰에서 1998년부터 2008년까지 11년에 걸쳐 가격담합을 한 것으로 보고 과징금 386억원을 부과했다.
대기업집단이자 전선업계 점유율 1위인 LS는 발빠르게 자진신고를 했다. 하지만 LS가 공정위 조사에 적극 협조하지 않고 담합 품목도 자진신고시 보고했던 5개 품목이 아니라 11개임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자진신고 1순위 지위를 박탈 당했다.
LS전선은 공정위가 13개 업체들이 서로 짜고 전선값을 올려 부당 이득을 취해 과징금 565억을 부과한다는 제재를 발표했을 때도 이름을 올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회도 “보통 담합으로 얻는 이득이 낮은 기업들이 배신하고 나갈 확률이 높은데 최근에는 시장점유율이 높은 대기업들이 오히려 리니언시 제도를 악용해 ‘먹튀형 담합’을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담합 신고 1순위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결정적인 자료를 제시해야 하는데, 주로 시장점유율이 높은 업체가 담합을 주도함에 따라 담합의 증거를 많이 확보하고 있다”며 리니언시 제도가 사실상 담합을 주도한 업체에 유리한 제도라는 헛점을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