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른 고속열차(KTX) 운행 사고로 국민 불안감이 높아지자, 코레일이 올 연말까지 ‘KTX 한국형 중정비 매뉴얼’을 내놓기로 하는 등 긴급 처방전을 내놨지만 전형적인 뒷북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정창영 코레일 사장은 지난달 31일 정부대전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의 지형에 맞춘, 고장이나 비상상황에서 기계적·자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우리나라와 프랑스는 지형이나 기후 여건이 달라 차량의 고장 발생이나 빈도가 다르다는 판단”이라며 “프랑스 테제베(TGV)와 동일한 KTX 매뉴얼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금정터널 사고 원인이 된 보조블록 두 개가 모두 고장난 것은 처음”이라며“더욱이 보조블록은 프랑스에서 사용 연한이 15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8년 만에 고장이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코레일은 한국형 매뉴얼 개발과 함께 1000억원을 들여 문제 및 노후 부품을 전면 교체하고, 고속차량 정비기술 향상을 위해 직원(13명)을 해외에 파견키로 했다.
그러나 정 사장의 이 같은 해명성 대책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KTX의 잦은 고장을 강하게 질타한 김황식 총리의 지적과 국민들의 불안감을 의식한 ‘땜질식 처방’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04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KTX인데도 코레일 자체 매뉴얼이 없었다는 점은 코레일의‘안전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매뉴얼을 만들고 노후부품을 교체하는 수준의 대책으로 KTX사고가 줄어들겠느냐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실제로 코레일과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4월과 7월 각각 ‘KTX 안전 강화 대책’을 내놨지만 동일 고장이 반복되는 등 KTX사고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철도관련 업계 관계자는 “한국형 지형과 기후로 인한 차량 노후화와 고장 우려는 2004년 KTX개통 당시부터 업계에서 제기돼 왔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으려는 코레일의 의식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