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이정은 남영비비안 홍보담당 "착한 사람이 상 받는 사회"

입력 2012-08-0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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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착한 사람들은 상을 받고 나쁜 사람들은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구조다. 착한 백설공주는 결국 멋진 왕자님과 결혼하고, 질투심 많은 못된 왕비는 쫓겨나야 한다. 이러한 구조는 비단 동화 뿐 아니라 현대판 동화라고 할 수 있는 드라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가난하지만 마음씨 곱고 주위 사람 배려할 줄 아는 주인공은 반드시 성공하고 모든 것을 다 갖춘 듯한 악역은 나중에 반드시 실패하고 결국에는 파멸한다.

그런데 요즘 착한 사람이 상을 받는다는 이 고전적인 구조가 깨지고 있다. 착한 캐릭터도 예전처럼 미련하다고 할 수 있을만큼 남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이득을 챙긴다. 반대로 나쁜 캐릭터가 무조건적으로 나쁜 행동만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 행동을 하는 데는 많은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환경적인 요인이 있다. 이처럼 착하고 착하지 않음의 경계는 모호해졌다.

심지어는 착하지 않은 것을 동경하기까지 한다. 여러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는 남을 비판하는 말을 여과 없이 ‘독설’로 내뱉는 캐릭터가 큰 인기를 끌기도 한다. 착한 것보다는 착하지 않은 것이 신선하고 오히려 솔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쿨(cool)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쿨하기 위해서는 우선 무조건 착해서는 안 된다. 무조건 착하다는 것은 남에게 이용당하기 쉬우며 더 나아가서 바보 같다는 말과도 동의어가 된다. 그러므로 자기 방어를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악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수많은 사람들이 그야말로 쿨해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자신을 두고 쿨한 사람이라고 선전하고 다닌다. 수많은 여자들 사이에서 모험을 즐기고 돌아설 땐 일말의 미련도 두지 않는 바람둥이 같은 남자에게 수많은 여자들은 쿨해 보인다며 목을 맨다.

착한 사람이 상을 받는 시대는 이제 영영 간 것인가? 조금 못 되고 차가워 보이는 사람들이 쿨하다는 이유로 인기를 얻는 요즘을 돌아보면 그럴 법 하다 싶고, 쿨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그래도 무언가 아쉽다. 여기저기 전전하는 사랑이 쿨해 보이긴 하지만 계속 반복되다 보면 순애보적인 사람이 그립게 마련이다. 싸가지가 좀 없고 못된 사람이 쿨하다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상은 착한 사람이 받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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