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낮은 물가에 불안요인 방관하나

입력 2012-08-01 11:21 수정 2012-08-0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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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총재 주재 금통위서 "물가괴리에 통화정책 설득력 잃었다" 비판 나와

7월 물가가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한국은행 또한 연간 물가전망치를 2.7%로 낙관하면서 오히려 향후 물가불안을 방치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은이 대외 물가 상황과 기저효과를 외면하고 낮은 수치에 집착하면서 물가지표와 체감물가간 괴리가 깊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와 관련 지난달 31일 발표한 물가보고서를 통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월 보다 0.5%포인트 낮춘 2.7%로 낙관했다.

이을 뒷받침하듯 1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를 나타내 2000년 5월 1.1%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같이 낮은 물가상승률과 연간전망치는 오히려 최근 촉발되고 있는‘애그플레이션(agflation·농산물 가격에서 촉발된 인플레이션)' 등의 우려를 방관케 하는 양상이다.

실제로 한은은 물가보고서를 통해 국제곡물에 대해서“가뭄 등에 따른 기후여건 악화로 대두를 중심으로 6월 이후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언급했을 뿐 애그플레이션에 대한 별다른 진단을 내놓지 않았다. 리스크 분석에서도 곡물 작황부진에 대해 언급했지만 수요둔화 등을 이유로 결국 중립적인 평가에 머물렀다.

반면 해외 투자은행(IB) 등에서는 곡물값 상승 등이 한국의 물가 불안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6~7월 미국 중서부를 강타한 최악의 가뭄으로 앞으로 밀, 대두, 옥수수 가격이 2분기 말 대비 53%, 40%, 46%씩 오를 것”이라며 “한국은 쌀을 제외한 곡물의 수입의존도가 상당히 높아 농산물 가격 변동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또 “전세계 곡물가격 급등으로 인한 식품가격 상승으로 올해 말에서 내년 초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2~0.4%포인트까지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체감물가와의 차이도 여전하다.

실제로 한국물가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7월 넷째주 생활물가는 12년만의 최저 물가상승률을 비웃듯이 채소류를 중심으로 대부분 제품이 강세를 보였다.

또한 생활물가 조사 대상 70품목 중 서울지역에서 무·배추·수박 등 12품목은 오름세에 거래됐고, 풋고추·설탕 등 4품목만 내림세에 거래됐다.

이어 정부가 나서서 억제해왔던 식음료와 주류 가격이 잇따라 오르는 등 가격인상 봇물이 터지기 시작한 점도 체감물가와 지표상 물가의 괴리를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1년 동안의 물가상승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7월에도 3.6%를 나타내면서 1%대로 내려간 물가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도 현실과 괴리된 물가지표의 방증이다.

이에 대해 지난 6월 김중수 총재가 자리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금통위원은 한은이 작성ㆍ분석하는 물가지표가 소비자물가, 근원물가 등 공식 지표물가가 기조적인 물가상승 압력을 나타내지 못하거나 체감물가와 괴리를 보여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 지표가 물가 경계감을 약화하고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에 대한 대외 설득력도 떨어뜨렸다며 강도 높게 지적했다.

결국 물가지표의 괴리로 김 총재의 통화정책 기조 또한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직접적인 비판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와중에도 한은의 물가보고서가 2.7%의 물가전망치를 내놓은 것은 경기에 정책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시그널과 함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지난 7월 기준금리 인하를 사후적으로 뒷받침하는 의미가 크다는 진단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추가 금리인하를 고려할 수 밖에 없는 한은이 물가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론을 펼쳐 잠재적인 물가 불안요인도 방치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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